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앞두고 고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난민·이주민 청소년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연합뉴스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한국말을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S(15)군의 사연을 소개했다.
S군은 2021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한국에 체류하게 됐다.
S군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교실에 앉아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학교 적응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은 매주 토요일 1시간 30분 정도다. 그는 학교를 마치고 난민·이주민 어린이 20여명이 모인 바라카 작은 도서관에서 매일 2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S군은 “학업을 따라가는 것까지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한국 친구들과 사소한 대화라도 나누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2018년부터 바카라 작은 도서관에서 난민·이주민 학생을 가르쳐온 이현경 씨는 매체를 통해 “예민한 시기에 어떻게 이런 ‘고문’을 견디는지 모르겠다”며 “끝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고 마음이 비뚤어지는 친구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한편 S군은 의무교육 비대상자로 분류돼 지금 다니는 중학교 취학 통지서도 받지 못해 부모가 알아서 학교에 보내야 겠다. 인도적 체류만 허가 받은 ‘인도적 체류 자격의 아동’이기 때문이다.
난민법은 난민인정자와 난민신청자의 가족도 국민과 동일하게 초등·중등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인도적 체류 아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도적 체류란 난민법 상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강제 추방 시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국내에 한시적으로 머물게 해주는 체류 허가다.
인도적 체류 자격의 아동은 학비와 급식비 등 교육비도 지원 받지 못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열악한 교육 환경을 버티고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비싼 대학 등록금이 ‘코리안 드림’을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은 심지어 같은 교육을 받는 한국 학생보다 비싸다. 대학들이 최근 몇 년간 한국 학생 등록금을 묶어두고 외국인 등록금만 올리는 바람에 격차가 점점 벌어진 것이다.
인도적 체류자 R(19)씨는 여덟 살 때인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 진학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한국 학생의 배에 가까운 600만원 정도다. 그는 매체를 통해 “지원은 바라지도 않으니 한국 친구들과 똑같은 돈을 내고 배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난민 지위를 얻은 학생들은 물론 인도적 체류 아동들도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정부는 모든 아동이 신분 등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1991년 비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중언어 전문가와 교사를 양성해 난민 아동과 한국 사회의 가교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난민정책에 계속 소극적이면 아동들이 성인이 돼서도 생산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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