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한 한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반발에 나서면서 파기환송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료계와 한의업계 간의 직역 갈등으로 확산하면서 오히려 대법원 결정이 양측 갈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의협이 A씨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오진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검찰은 이날 보건위생상 위해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의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번 재판은 이날 증인 신문을 마지막으로 양측의 최종 변론을 듣는 결심 공판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2010∼2012년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단하는 등 68차례에 걸쳐 초음파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료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들이 정규 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방법을 교육받는 만큼 한의사 면허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1, 2심은 모두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초음파 진단기기로 인한 진단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진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지, 이를 통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지 여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A씨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봤다.
대법원 결정 이후 의협은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앞서 B씨가 A씨의 한의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68차례 받고도 자궁내막암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해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놓쳤다며 오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노정희 대법관의 남편이 한의사인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포함돼 한의사도 초음파 기기를 쓸 수 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을 했다며 지난해 12월 노 대법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방해죄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 보조수단으로 암을 확진할 수 없다"며 의료계의 과도한 반발이라며 맞서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