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양국 관계가 해빙되나 싶었던 미국과 중국 간에 다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언급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유럽 순방길에 오른 리창 국무원 총리도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내세워 중국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유럽에 공개 경고했다.
22일 중국 관영 CCTV는 19일 양타오 중국 외교부 미주대양사 사장(국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미중 관계와 관련된 10가지 논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지만 블링컨 장관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박 성격이 짙었다.
양 사장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에 합의했음에도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장·티베트·홍콩 등도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며 외부의 간섭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양 사장은 “중국이 어떻게 리스크가 되냐”며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본질은 탈중국화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미국은 스스로를 파괴하고 세계를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을 향한 미국의 디리스킹 시도를 경계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을 방문한 중국의 2인자 리창 총리도 21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중국 경제포럼에 참석해 “디리스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국가를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차별적 조처를 관철한다면 이는 시장 원리와 공정경쟁,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향한 독일의 디리스킹 시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이 18~10일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까지 만나며 전략 경쟁 중인 양국의 긴장감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로 칭하고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해 양국 관계는 다시 얼어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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