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쫓는 공간은 실패합니다. 유행을 만드는 공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죠.”
‘있는 공간, 없는 공간(쌤앤파커스 펴냄)’의 저자로 공간기획가인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2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일은 카페·식당·쇼핑몰 등 상업용 오프라인 공간을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름하여 ‘공간기획’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유 대표는 ‘공간기획’ 개념에 대해 “건축설계와 비슷하지만 공간기획은 좀 더 종합적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콘텐츠를 짜맞추는 것”이라며 “기존 건물들은 전체 공간에 대한 사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2015년 부업 겸해서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카페를 냈는데 이것이 독특한 스타일로 대박을 쳤다. 이후 2018년에 지금의 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인 익선동 상권 개발에 나섰다.
어떤 공간기획이 좋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먼저 온라인과 경쟁해야 하고나서 다른 공간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팬믹이 끝났지만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자신의 가게로 끌어들일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좋은 공간은 6가지 법칙을 갖고 있다. 이를 테면 6대 4의 법칙, 선택과 집중의 법칙, 차원 진화의 법칙, 최대 부피의 법칙, 경계 지우기의 법칙, 세계관 구현의 법칙 등이다.
‘6대 4의 법칙’은 가게에는 사용공간 60% 외에 40%의 유휴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효공간에는 중정 등으로 방문자들이 쉬어가게 할 수 있다. 또 실내 공간의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주고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없애며 이런 세계관을 끝까지 밀어 붙여라고 주문했다.
유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가게에 올 수 있는 뭔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책에서는 이를 ‘원더(Wonder)’라고 불렀다. ‘놀라운 것’ ‘기념물’ 등을 의미하는 그가 만든 개념이다.
그는 “매장을 소비하는 기능적인 관점이 아니라 유희적이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매장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출신을 보면 흥미롭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나와서 IT 관련 스타트업 등에에서 일하다가 공간기획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그의 작업은 창신동 절벽마을 프로젝트, 경리단길의 남산 컬리지 프로젝트, 대전 소제동, 전주 팔복동, 롯데그룹 디자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 등으로 확대됐고 이후 도시재생에까지 진출했다.
상권 활성화와 관련된 TV 프로그램에도 최근 맹렬히 출연 중이다. 백종원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저쪽이 메뉴에 초점을 두는데 반해 우리는 우리는 브랜딩에 초점을 두고 한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더 낫다는 것이 아니고 다만 훨씬 많은 리소스(자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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