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법원의 현대차 판결 파기환송심서 뒤바뀔까[서초동 야단법석]

여당·경영계 '노란봉투법' 대체 입법 비판

법원행정처 이례적 입장 발표에도 계속돼

입법 여부와 별개로 사법부 신뢰에 치명적

하급심에서도 내용 달라지긴 어려울 전망

대법원.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불법 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 결과에 대한 논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대법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 선고 전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 동일한 쟁점을 다루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 지에 각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15일 대법원은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현대차가 조업 중단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지 여부였다. 현행법에 따라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연대해 지도록 한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 역시 이를 따르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던 형평의 원칙에 비춰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개별 노조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는 책임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경영계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개별 노조원들의 책임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노조를 상대로 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법원 선고 다음날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민법의 대원칙을 비키면서 꼼수를 부린 비상식절 판결"이라며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한 대못질 판결, 임기 석 달 남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해서는 안 되는 '알박기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비난의 화살은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3부로도 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제2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법원


논란이 계속되자 법원행정처는 선고 4일 만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된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특정 사건의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적 쟁점들과 판결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특정 법관에 대해 과도한 인식 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판결 내용과 주요 쟁점을 설명하는 추가 보도자료 내고 "해당 판결은 개별 노조원들이 부담하는 책임 비율이 서로 달라질 뿐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기업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사항이 아니며, 판례 변경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왼쪽 네번째) 등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표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민법의 기본원칙을 부정하고 우리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판결을 했다"며 규탄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닮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임기를 석 달 남겨둔 김 대법원장이 '알박기 판결'을 내놨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국회에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를 통해 판결을 서둘렀다는 비판에도 직면해있다.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 입법이 어려워지더라도 법리적으로 이를 대체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 입법 여부에 따라 그 책임의 화살이 다시 대법원을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건은 아직 법원의 최종 결정 남아 있지만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대법원이 불법 파업에 따른 손실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책임 범위에 따라 일부 조합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