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견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중국이 ‘광물 전쟁’을 기습 선포하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가 높아 향후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전자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갈륨 및 게르마늄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D램 등 핵심 제품에 대한 생산 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갈륨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게르마늄은 실리콘 화합물인 ‘실리콘저마늄’ 형태로 주요 공정에서 쓰이고 있으나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수입선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금지 조치가 국내 기업에 당장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 반도체 분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갈륨은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 중 하나다. 갈륨 합성물인 질화갈륨(GaN)이나 산화갈륨(Ga₂O₃)은 내열 성능이 뛰어나고 전압에 견디는 능력도 기존 웨이퍼 소재인 실리콘보다 탁월해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제품을 내놓는 반도체 소재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가 2025년 질화갈륨 반도체 생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는 표면 온도가 150도를 넘기면 기능 상실의 우려가 있어 미래에는 질화갈륨 또는 실리콘카바이드(SiC)로 전력반도체 소재가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기술’ 대신 ‘광물’을 앞세워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이번 중국의 조치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갈륨 등을 독점 생산하는 것은 환경오염과 채산성 등을 고려해 다른 국가들이 채굴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광물 자체가 희소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의 한 반도체 부품 업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게르마늄 등의 가격이 인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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