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절도 사건을 겪은 무인점포 사장이 이번엔 매장을 찾은 초등학생이 남기고 간 메모를 보고 눈물을 쏟아냈다는 사연이 전해져 먹먹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KMIB’에는 ‘무인점포에서 초등생이 한 뜻밖의 행동에 울어버린 사장님’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지난달 1일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A씨는 최근 일어난 절도 사건으로 상심에 빠져 있던 상태여서 처음에는 아이의 행동이 이상해 주의 깊게 살펴보는 중이었다고 한다.
영상에는 한 아이가 무인점포에서 간식을 고른 뒤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는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는 지갑에 있던 동전을 꺼내 세기 시작했다. 아이는 동전 900원을 챙겨 키오스크 뒤편에 놨다가 위에 설치된 CCTV를 바라보면서 흔들어 보였다.
이후 동전을 키오스크 뒤편에 다시 내려놓은 아이는 CCTV에 빈손을 보였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메모지와 연필을 꺼내 한참을 꾹꾹 눌러 쓴 아이는 종이를 동전 위에 올려놓고 나서야 무인점포를 떠났다.
A씨는 곧장 점포로 향했고 키오스크 뒤에 아이가 놓고 간 동전과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편의점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동전 넣을 곳이 없어서 옆에 900원 두고 갈게요.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점포의 키오스크 동전통은 절도 사건으로 망가진 상태였다.
아이가 꾹꾹 눌러쓴 메모를 본 A씨는 “절도를 당한 뒤 ‘이런 장사를 내가 왜 시작했나’ 자괴감마저 들었지만 아이의 행동을 보고 크게 위안을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수소문 끝에 아이가 대전 대흥초등학교 5학년 이하율군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선물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아이의 부모님은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이군은 “고맙게 여겨주시는 사장님한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며 “형이 저나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잘 도와주는 편이어서 형처럼 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군은 어머니가 준 화분에 ‘사장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적은 팻말을 꽂아 해당 점포에 가져다 놨다.
이에 A씨 역시 며칠 뒤 이군의 반 친구들과 교무실에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며 영상은 마무리됐다.
한편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인점포 대상 절도 사건은 모두 6344건으로 하루 평균 13건이 발생했다. 서울(1543건)과 경기 남부(1354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범행이 일어났는데 이중 다수가 10대에 의해 저질러졌다. 한 경비업체를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35%나 된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손님이 물건을 훔쳐 가더라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득”이라며 “CCTV로 절도를 목격하고도 그냥 넘어갈 순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고 인천일보를 통해 전했다.
그러나 급증하고 있는 무인점포 절도 사건이 치안 유지 등 경찰 본연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구대 경찰관은 “관련 절도 신고가 접수되면 가게 CCTV는 물론, 절도범 신원 파악을 위해 관제센터와 연계해 일대 CCTV를 다 확인해야 한다”며 “대부분이 소액 절도 사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 내부에선 “인건비를 아끼고자 가게 관리를 무상의 공권력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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