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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기업인에 자유를 許하라

성행경 IT부장





메타의 새 소셜미디어(SNS) '스레드'가 출시 닷새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국내에서도 100만 명이 앱을 내려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어느 정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으나 놀라운 성과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후광 효과가 크지만 ‘1등 공신’은 일론 머스크라고 생각된다. 머스크가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후 유료화 작업을 진행하고 콘텐츠 검열 완화로 혐오성 트윗글을 양산하는 등 비호감도가 늘어난데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도 12일(현지시간) “스레드의 주요 관심 포인트는 반(反) 머스크, 반 트위터 정서”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스레드의 ‘홍보대사’ 역할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경쟁사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스레드가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라는 한 트위터리언의 질문에 “무서워 죽겠네”라고 깐죽거렸다가 저커버그와의 설전을 불렀다. 주짓수를 하는 둘이 실제로 철장에서 현피(현실에서 싸움)를 뜰지는 모르겠으나 스레드 출시를 전후해 이뤄진 말다툼도 충분히 흥미진진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철부지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CEO가 SNS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때때로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을 부르기도 하지만 경영자가 일반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위를 권장하지는 않더라도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머스크와 저커버그 외에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 많은 미국 경영자들이 SNS를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적극 활용한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CEO 중 SNS를 사용하는 비율은 2015년 39%에서 2021년 68%로 높아졌다는 조사도 있다.



반면 국내 CEO들은 대체적으로 SNS를 잘 쓰지 않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SNS를 활용해 소통하는 CEO가 적잖으나 대체적으로 ‘SNS는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강하다. 개인적 성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경영자의 SNS 사용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했을 것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처럼 남달리 눈에 띄면 미움을 받기 십상이라는 정서도 깔려 있다. 창업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라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기업과 기업인을 옥죄는 정치가 CEO들을 ‘은둔’하게 한다는 견해가 많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들이 CEO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기업인들로서는 면전에서 호통치고 망신주는 국회의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전통적인 대기업 집단이야 대접도 받고 맷집도 있겠지만 이제 업력이 겨우 10년, 20년 밖에 되지 않은 IT·플랫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정치권력 앞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플랫폼에 대한 규제책을 쏟아내는 걸 보니 올해 국감에서도 창업주나 CEO를 불러내 면박을 줄 개연성이 농후하다.

머스크는 미·중 기술패권경쟁 속에서도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 생산공장 건설 협약을 맺었다. 또 트위터를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통제 불능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머스크에게 압력을 넣었다거나 테슬라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비단 규제나 세금이 적은 환경만은 아닐 게다.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정치인과 대등하게 대우받는 나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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