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3시께 의정부을지대병원. 모니터를 통해 입원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던 신속대응팀 선현우 교수와 홍문석 전담간호사가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모니터에 제시된 A씨(53남)의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기준 수치인 85점을 넘은 87점이었기 때문이다. 신속대응팀 의료진은 즉시 A씨가 입원해 있는 12층 병실로 향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2주째 입원 중인 환자로 퇴원을 하루 앞둔 상태였다.
A씨는 “오전에 다음날 퇴원하자는 말을 들었는데 그날 오후부터 컨디션이 저하되었다"며 "미열 기운이 있고 조금 기운이 없었던 정도였는데 여러 의료진이 몰려와 검사와 치료를 해야한다고 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수액, 항생제 투여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A씨는 신우신염에 의한 패혈증이 생긴 것으로 확인되어 즉각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패혈증 때문에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87점까지 상승했던 것이었다.
패혈증은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주치의인 윤별희 신경외과 교수와 홍윤희 신경과 교수, 선현우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협진을 통해 환자 곁을 지키면서 24시간 연속 투석을 시행하며 패혈증 치료에 집중했다. 심정지 예측 시스템을 통해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A씨는 인공호흡기 등 침습적 처치 없이도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선현우 신속대응팀장(중환자외상외과 교수)은 “시스템 도입 후 환자를 살린 첫 사례"라며 "일반병동에 입원 중인 고위험환자를 조기에 예측·발견해냄으로써 중환자실 이송 등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은 이 달 1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심정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일반 병동에 입원한 19세 이상의 성인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시스템을 적용한 지 일주일 만에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입원 환자의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의료 AI 기업 뷰노(338220)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카스’다. 입원 환자의 나이와 성별을 비롯해 일반 병동에서 필수적으로 측정해 전자의무기록(EMR)에 입력하는 혈압·맥박·호흡·체온 4가지 활력징후를 분석해 환자의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0~100% 사이의 점수로 환산하고 이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중환자실과 달리 모든 입원 환자를 상시 감시하기 어려운 일반 병동에서도 의료진의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뷰노는 확증 임상시험 연구를 통해 뷰노메드 딥카스의 심정지 예측 유효성을 입증하며 최근 국내 의료 AI 업계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았다.
병원 측은 뷰노메드 딥카스 도입을 계기로 원내 입원 환자 안전관리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훈 의정부을지대병원장은 “일반 병동에서도 중증 환자 발생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되면서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신속대응팀 등 전문 의료진이 조기에 투입되어 입원환자 안전 관리 효과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의 안전관리와 의료의 질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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