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 AAA가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자동차와 주택 보험을 추가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기후로 플로리다주의 보험 산업 여건이 악화되는 데다 재보험료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해 허리케인 ‘이언’과 ‘니콜’이 연이어 닥치며 수십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약 150명이 숨졌다. AAA에 앞서 파머스보험을 비롯해 AIG 자회사인 렉싱턴보험과 뱅커스보험 등도 지난해부터 이 지역에서 사업을 사실상 철수했다.
1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BS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대형 산불과 허리케인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자 보험사들이 위험 지역에서의 사업을 기피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이 매년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보험 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자연 재해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미국 보험사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했고 동시에 보험 가입자들은 치솟는 보험료로 신음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주택 소유자들은 이미 전국 평균 3배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CBS는 분석했다. 미국은 보험감독권이 주 정부에 있어 이 같은 위기에도 연방정부가 나설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보험사들이 ‘엑소더스’에 나선 것은 플로리다주뿐만이 아니다. 대형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5월 산불이 잦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더 이상 신규 가입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IG와 올스테이트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는12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산불 위험에 노출돼 있다. 허리케인이 잦은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상당수 보험사들이 이미 짐을 싸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가 드는 보험’인 재보험료 역시 올해 최대 50%가량 급상승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보험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보험중개회사 에이온(Aon)의 에릭 앤더슨 사장은 “2008년 미국 경제가 주택 모기지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됐듯이 오늘날의 경제는 기후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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