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에서 올해 2분기 발행한 엔화 표시 채권이 4년 만에 최대 액수(분기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초저금리 통화정책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 더해 일본 경기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들의 발행 수요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SMBC닛코증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외국 기업들이 발행한 엔화 표시 채권이 8518억 엔(약 7조 74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무라이 채권(외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발행한 채권)을 비롯해 일본 국내외에서 발행된 모든 엔화 표시 채권을 합산한 액수로,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9년 2분기(8816억 엔)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기업별로 보면 프랑스 금융그룹 BPCE가 이달 6일 1977억 엔어치의 사무라이 채권을 발행했다. 이 밖에 대한항공이 지난달 23일 200억 엔, 페이팔이 지난달 2일 900억 엔, 버크셔해서웨이가 4월 14일 1644억 엔어치의 채권을 일본 국내외에서 발행했다. 특히 페이팔이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추세에는 일본 통화정책의 안정성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를 0%(변동 폭 ±0.5%)로 묶어두는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채권 발행 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금리를 책정할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금융 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평가다.
일본 경제가 올해 1분기 2.7%(연율 기준)의 ‘깜짝 성장’을 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지난달 무역수지도 430억 엔 흑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7월 이후 23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다. 반면 미국 등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또 닛케이는 “일부 국내 회사채 수익률이 하락해 매력이 떨어졌다”며 “일본 투자자들도 사무라이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