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1977)’를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21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1억 원 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일어난 2016년 서울중앙지검은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한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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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김 교수는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2017년 미인도가 위작임을 입증하는 근거를 정리한 책 ‘천경자 코드’를 출간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 있는 코드가 없으므로 명백한 위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어머니가 그토록 절규했음에도 외면한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실망은 제 개인 만의 실망이 아니며 예술종사자 그리고 온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저는 자식으로서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항소 여부와 함께 수사 기록 전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은 1990년 기획전시를 통해 미인도를 공개했다. 그러나 천 화백은 본인 그림이 아니라며 위작(僞作)을 선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해오다 1979년 10·26사태 이후 정부에 압류 조치돼 1980년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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