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했지만 기관의 ‘팔자’에도 7월 들어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개인은 상승세가 두드러진 2차전지 종목들에 ‘올인’하는 양상인데 외국인은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를 집중 매수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에서 총 7929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2차전지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2차전지의 성장성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7월 개인 순매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로 9696억 원을 사들여 1조원에 육박했다. 포스코 그룹이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에서 매출 6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히자 이달 초 대비 주가가 42%나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달들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개인이 2902억 원 매수한 가운데 코스닥 대표 2차전지주인 엘앤에프(066970)도 272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개미들은 SK이노베이션(096770)(1646억 원)과 LG화학(051910)(1536억 원),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877억 원) 등도 대거 매수했다.
개인이 2차전지주 매수를 집중하는 배경에는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가 최근 ‘황제주'(주가 100만 원 이상 대형주)에 오르자 업종 내 키 맞추기를 기대한 일부 개미들이 에코프로그룹주를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덜한 2차전지주로 옮겨가 매수세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2차전지주는 올들어 크게 올랐지만 미래 성장성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분석으로 투자 심리가 꺾일 줄 모르는 모습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북미 중심 고성장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며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도 여전해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7월 코스피·코스닥에서 1조 5575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눈독을 들이는 업종은 반도체로 증시 주도주를 놓고 개인과 사뭇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5967억 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으며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우(005935)도 같은 기간 각각 1122억 원, 1178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그러면서 현대차(005380)(1874억 원)와 기아(000270)(1531억 원) 등 자동차주와 삼성중공업(010140)(1210억 원)·삼성엔지니어링(028050)(1130억 원) 등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개인과 외국인의 선택이 엇갈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그간 상승 폭이 컸던 2차전지보다는 반도체를 하반기 주도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마진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4분기 반도체(DS) 사업 부문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 이라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3, DDR5 등 고부가 신제품 출하 확대가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 속도는 업황 회복 속도를 웃돌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 투자가들은 7월 코스피·코스닥에서 2조 2877억 원을 팔아치우며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