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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행정규칙 속 돌멩이 걷어내기

이완규 법제처장

일상생활 세세히 규율한 행정규칙

지나친 규제가 국민·기업 영향 줘

발령 전 숨어있는 불합리 걸러 내

좋은 정책 국민 삶 안착 유도해야

이완규 법제처장




국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규범 중 법률·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은 국민에게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훈령·예규·고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행정규칙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중앙부처에서 시행하는 행정규칙의 수는 1만 9000여 개에 이른다.

상위 법령의 위임을 받아 마련하거나 그 집행에 필요한 세부 지침 등을 정하는 행정규칙은 내용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아 일반 국민은 중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규칙은 국민의 실생활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는 각종 규제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규제 혁신을 이루려면 행정규칙에 숨어 있는 규제를 없애거나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는 이를 위해 행정규칙이 발령되기 전 내용이 상위 법령을 위반하지는 않는지, 법 체계상 문제는 없는지 등을 심사해 문제가 있는 경우 의견을 부처에 제시함으로써 불합리한 규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6월 정부는 수소경제와 소규모 분산형 발전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유소에 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하고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전기자동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복합 주유소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유소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행정규칙인 ‘위험물안전관리에 관한 세부기준’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현행 규정상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어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소방청은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처에 검토를 요청했다.

법제처는 주유소 내 설치가 가능한 시설에 도시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인 연료전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연료전지를 설치할 때 요구되는 안전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안전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검토 의견을 제시해 친환경 복합 주유소가 제때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판매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법제처는 이같이 각 부처에서 규제를 포함하는 행정규칙을 발령하려 할 경우 규제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이미 발령된 행정규칙에서도 상위 법령에 저촉되거나 불합리한 사항을 발굴해 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정비해나가고 있다.

법은 정책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좋은 정책은 좋은 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정부 정책은 법률에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그리고 행정규칙으로 이어지는 모든 규범이 조화롭고 체계적으로 시행돼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밀접한 규제 사항들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행정규칙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으로도 법제처는 각 부처의 정책이 잘 집행돼 국민의 삶에 안착할 수 있도록 행정규칙까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펴 법치행정을 구현하고 행정규칙에 숨어 있는 규제를 개선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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