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코로나 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신용대출 연체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가계 대출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안심시키는 분위기지만 대규모 상·매각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다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로 전달(0.37%)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16%포인트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19 확산 이전인 2020년 초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16년 하반기 0.87%까지 치솟았다가 그해 말 이후 낮아져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20년 초까지 0.4~0.5%대를 유지해왔다.
올 들어 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대규모로 정리하고 있지만 신규 연체 발생 규모가 확대되면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6조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정리했지만 신규 연체채권은 9조 4000억 원 정도 늘어 정리 규모를 능가했다. 전체 대출 잔액 중 신규 발생 연체액 비중을 나타내는 신규 연체율도 5월 0.1%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했고,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특히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달보다 0.03%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23%로 같은 기간 0.02%포인트 상승했지만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75%로 전달(0.67%)보다 0.08%포인트 급등했다. 지난해 같은 달(0.37%)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전체 대출 연체율이 비슷한 시기였던 2020년 초 신용대출 연체율이 0.4% 후반대였음을 고려하면 최근 신용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기업대출 연체율도 0.43%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2%로 같은 기간 0.03%포인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1%로 0.05%포인트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달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체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상승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기말 은행들이 연체 채권 상·매각을 확대하고 있어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지난 3월 말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건전성이 취약한 은행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연체채권 정리 및 신용위험 관리를 적극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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