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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8개월간 목소리 못내" 엄정화 고백 '갑상선암' 수술 흉터 고민이라면 [건강 팁]

■정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2020년 신규 암발생건수 최다…젊은 층도 방심 금물

대부분 예후 좋지만 림프절·원격 전이 시 사망할 수도

귀 뒤로 접근하는 로봇수술, 목 절개 없고 합병증 최소화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최근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힘들었던 암 투병 경험을 전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캡처




드라마 '닥터 차정숙'부터 '댄스가수 유랑단'까지 N차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최근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힘들었던 암 투병 경험을 전했다. 엄정화는 "2008년 '디스코' 앨범 활동 이후 갑상선암 수술을 했는데 8개월 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며 "말을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까 두려웠다. 목소리가 안 나오니 공포가 엄청나더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목소리가 떨리고 갈라질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을 댓글로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컷 마다,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했다"며 "예전과 자꾸 비교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 감추려고 할수록 안 좋게 느껴지고 움츠려 들게 되더라"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유재석이 몰랐다며 안타까워 하자 "어디 아픈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이제 내 목소리가 이렇다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며 "난 지금의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갑상선암은 연예인 뿐 아니라 주위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0년 새롭게 진단된 갑상선암 환자는 2만 9180명으로 폐암(2만 8949명)·대장암(2만 8777명)을 제치고 발병률 1위에 올랐다. 주로 고령층에서 발병하는 다른 암종과 달리 갑상선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발병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연령대를 불문하고 주의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암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진행될 경우 생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인 진료와 자세한 검사, 꾸준한 추적 관찰을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55세 이상인 남성 환자라면 더욱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갑상선은 목 앞부분 아래 쪽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기도 앞에 위치하며 나비 모양으로 생겼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면 ‘갑상선 결절’이라고 부르는데 악성으로 판명되는 경우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갑상선암은 크게 갑상선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 유두암이 전체 갑상선암의 80~90%를 차지하는데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0년 암종별 발생 현황.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갑상선암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조금 진행된 단계에서는 목 앞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으며 갑상선암이 성대 신경을 침범하면 목소리가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드는 것도 갑상선암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목의 정중앙 앞부분이 아니라 측면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 암이 더 진행돼 림프절 전이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 기도나 식도를 누르면서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갑상선암이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갑상선암이 ‘유순한 암’은 아니라는 것이다. 갑상선암이 성대 신경을 침범하거나 림프절로 전이되면 더 이상 간단한 수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폐, 뼈, 뇌 등의 장기로 전이가 일어나면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병의 진행 정도에 근거한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은 우리 신체에서 숨 쉬고, 말하고, 먹고, 마시는 기능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물과 인접해 있는 기관이다. 수술 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갑상선암의 위치와 크기, 림프절 전이 및 주변 조직 침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확한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되었다면 암과 함께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조기에 발견되면 갑상선의 기능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암이 포함되어 있는 쪽의 갑상선만 암과 함께 제거하는 ‘반절제술’을 시도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더라도 재발 위험이 큰 경우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갑상선암 수술을 시행하면 목 앞쪽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절개 흔적이 남는다. 흉이 남지 않고 잘 아무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 다친 부위나 이전에 다른 부위에 수술을 받은 부위가 잘 아물지 않은 경험이 있다면 수술 후 흉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변 장기 침범이나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 단계에서 갑상선암을 발견하면 미용적, 기능적 결과를 최대한 고려해 목 앞의 절개를 피하는 수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유륜을 통해 접근하거나 겨드랑이 또는 귀 뒤쪽을 통해 수술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의 로봇수술을 시도하게 된다. 특히 여러 접근법 가운데 귀 뒤로 접근하는 ‘후이개 접근법’은 갑상선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갑상선 주변의 림프절이나 다른 병변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유륜 접근법, 액와 접근법 등 다양한 로봇수술 접근법을 모두 시도해 본 경험에 비춰봐도 후이개 접근법은 목을 절개하지 않으면서도 갑상선에 가장 가깝게 수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목이라는 부위의 특성상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갑상선암이 발병하면 목소리에 영향을 받기 쉽다. 또 목구멍 안의 이물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수술 전후 후두와 음성을 잘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를 통해 목 내시경 관찰과 목소리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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