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현직 판사가 과거 성매매 사건을 다수 다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판사가 배석한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 행위에 대해 “여성의 성을 상품화했다”고 비판하며 “비자발적인 성매매 또는 강요·착취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질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열람 시스템에 올라온 최근 10년 간 선고된 형사 사건 판결문 중 성매수 혐의로 적발된 A(42)판사가 이름을 올린 성매매 관련 판결문은 최소 10건이다.
A판사는 지난 2021년 형사항소 합의부 배석판사로서 재판에 참여했다. 합의부는 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사건을 맡게 되면 그 중 한 명이 ‘주심’을 맡아 사건을 심리한다. 재판 절차가 종결되면 세 판사가 머리를 맞대는 합의 절차를 거쳐 유무죄와 형량 등을 결정한다.
A판사가 소속된 재판부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755만원이 선고된 성매매업소 업주의 항소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또 2021년 9월에는 성매매 알선 업주 3명의 항소심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해 스마트폰 앱에 광고 글을 올려 성매수 남성을 물색했다”며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유사 성행위 알선 항소심 판결문에서는 “수시로 이뤄지는 경찰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문을 잠근 채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등 이 사건 업소 운영의 불법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만난 여성 청소년들에게 거액을 약속하고 성매수를 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도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성매매 알선 등의 판결에 참여해 온 법관이 성 매수 피의자로 전락한 것이다.
A판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30대 여성에게 15만원을 주고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호텔 방에서 여성을 붙잡은 뒤 현장을 떠난 A판사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A판사는 업무 관련으로 서울 출장 중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4일 A판사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검사 김은미)가 수사를 맡았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A판사가 맡고 있는 형사재판 업무를 오는 8월부터 배제하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징계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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