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게 ‘광주역 가 달라’고 하고 잠이 들었는데, 우리 지역이 아닌 전라남도 광주역이어서 황당했던 사례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행정구역이 전혀 다른 지역이지만 지역명이 같아서 검색을 하거나 소통 시에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7월의 마지막 날 경기 광주시청에서 만난 방세환 시장이 전한 일화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화다.
방 시장은 경기 광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정치인이다. 고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시정을 책임지는 최고 자리까지 그를 이끌었다.
호남의 중심도시인 광주에 비해 경기 광주가 그동안 조명을 덜 받아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는 단순히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광주는 도시의 대부분이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 중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다. 자연보전권역은 한강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 보전을 명분으로 각종 개발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광주의 개발 속도는 인근 지자체에 비해 매우 더디다.
방 시장은 “자연보전권역의 공업지역 지정은 3만~6만㎡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팔당특별대책지역 등 다수의 규제를 받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대규모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건립이 어렵다. 대신 관내 구석구석에 소규모 공장과 빌라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안천시민연대, 팔당호수질정책협의회 등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방 시장은 기본적으로 광주가 갖고 있는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취임 1년을 이제 막 넘긴 그의 대표적 성과인 ‘2024 세계관악컨퍼런스’ 유치는
광주의 아름다운 수변환경과 들꽃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1982년 제정된 수정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정법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었다”며 “그동안 수많은 개정 요구에 이곳저곳을 그때 그때마다 고치다 보니 누더기가 됐다. 이러다 보니 해석이 충돌하고, 담당부서는 혼선을 빚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가 포함된 주택과 공장의 혼재와 공장 집적화가 되지 못하는 등 난개발 현상 등으로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짚었다.
방 시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개발사업, 택지조성사업으로 안정적 주택공급 및 산업시설 용지의 공급으로 적정한 개발밀도에 따른 도시기반시설 확보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수정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수정법이 그동안 미친 긍정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지만 40년 전 기준에 맞춘 법이 21세기에도 통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 시장은 현재 경강선 연장사업에 관심이 많다.
광주는 북서로는 하남시, 북으로는 팔당호를 끼고 남양주시, 남동으로는 이천시, 남으로는 용인시 그리고 동으로는 양평군과 여주시, 서로는 성남시와 접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 매우 가깝다.
광주시가 최근 용인시와 협업을 맺고 경강선 연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교통거점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방 시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방 시장은 “우리시의 태전·고산·양벌동 지역인구가 10년 전보다 약 3만 명 이상 증가해 현재 7만5000명으로 늘어났다”며 “이러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문제와 용인시 처인구로 연계하는 광역교통망을 개선하기 위해 경강선 연장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용인시 남사의 첨단반도체클러스 국가산단 지정 소식에 경강선 연장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 시장은 “경강선 연장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시 광주역세권 등 우리 광주시의 장래 개발계획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남·판교와 용인 남사를 잇는 경기 동남부의 교통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 시장은 토박이답게 역사·문화적 맥락으로도 광주가 경기 동남부 거점도시로서의 성장할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남의 광주와 경기의 광주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광주광역시가 호남지방 최대의 도시이자 5.18민주화 운동 등 근현대사의 성지라면 우리 광주 역시, 백제 온조왕 때 도읍지였으며 정약용, 이익 등의 출신지로 실학의 본고장이자 남한산성이 위치하고, 왕실도자기가 꽃핀 유서 깊은 도시”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2001년 시로 승격되기 전까지 서울 강남·강동·송파부터 성남·하남을 분리시킨 '전통 종갓집'이기도 하다”며 “광주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치단체만도 여러 곳으로, 이들 모두가 광주시의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광주시 인구는 지난해 4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여러 제약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은 이 도시가 갖고 있는 성장 잠재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른 지자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내년 여름에 열리는 ‘2024 세계관악컨퍼런스’는 ‘관악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매머드급 국제행사로 성장하는 광주를 대외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다.
방 시장은 끝으로 “광주는 오랫동안 수도권 상수원으로서 수질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로 개발에 제한이 있었지만 덕분에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어서 자연·역사·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수도권 일일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며 “이제 내년에 세계관악컨퍼런스 개최로 음악과 예술 요소가 더해진다면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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