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를 두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 지자체 공무원이 행사장 화장실 청소에 강제로 동원돼 7일부터 '보이콧'을 예고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북지역 공무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문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잼버리 야영장 내 화장실이 지저분하고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직위원회 측은 전북도·김제·부안 공무원들을 청소에 투입했다.
공개된 공지를 보면 "뜨거운 날씨,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장 파견 근무해야 하는 조합원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직위에 다녀왔다. 책임자를 만나 불편 사항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 제가 본 현장은 한마디로 개판 5분 전이었다. 어떻게 이 지경으로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나 싶은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전북)도에서 긴급히 도청, 부안, 김제 공무원들을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려 했지만 노동조합에서 강력히 항의해 취소됐다.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닌 일명 푸세식(재래식) 화장실이었다"며 "11개국에서 온 외국 청소년들의 눈에는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한 풍경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 전달된 청소 체크리스트에는 "변기 뚜껑을 열어 변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항목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공지문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직원 휴게공간 없음’, ‘사전 협의된 업무와 다른 일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시’, ‘조직위 관리자 간 업무분장으로 자주 다투거나 혼선 발생’, ‘원활한 식사 불가’ 등이었다.
이 관계자는 "위 사항들에 대한 답변이 내일까지 없을 경우 다음 주 월요일(7일)부터 (전북) 14개 시·군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전달하고 왔다"며 "추후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북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의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도 공유됐다.
공문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내 정비 인원 부족으로 샤워실 및 화장실 등의 이용 시설이 열악한 상태"라며 "이에 시설 확인 및 정비할 수 있도록 각 시군에 아래와 같이 인력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지원 요청 인력은 전주·군산·익산·김제·부안·고창 등 지역에서 각 100명씩 총 600명으로 기재됐다.
해당 글에는 현직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실태를 고발하는 댓글을 남겼다. 전북도청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는 “(동원을) 보이콧한 건 14개 시·군 직원들이고 도청 직원들은 지금도 새벽 4시 반~오후 2시 조, 오후 2시부터 23시까지 근무하는 조를 짜서 아직도 화장실 상태 체크하러 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글을 접한 사람들은 "지금 청소년들이 푸세식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까. 어질어질하다" "공무원들이 공노비냐" "이 여름 더위에 수세식도 아니고 푸세식 화장실 청소라니" "행사 프로세스가 엉망이라 공무원들이 고생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 총리는 지난 4일과 6일 직접 화장실 청소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총리는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저도 오늘 화장실에 남이 안 내린 물을 내리고, 묻은 것도 지웠다"며 "군대 갔다 온 분들은 사병 때 화장실 청소를 해봤을 것 아니냐. 누구에게 시킬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청소도 하라"고 지시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기존 70명이던 화장실·샤워장 청소 인력은 894명까지 늘어났다. 청소 횟수도 확대됐다. 이동식 화장실은 62동이 추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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