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감사·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본인·가족 관련 사건을 맡게 되면 이를 신고하고 직무 회피 신청을 해야만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이것이 공정성을 저해한다고 보고 논란 재발을 막으려는 차원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지난해 5월 시행된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만 7000여 개 공공기관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공직자는 자신·가족 등이 신고·고소·고발인, 피신고·피고소·피고발인인 사건을 담당해 조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부처 장관이 자신 또는 가족이 외청에서 조사받을 경우 장관은 이해충돌 사실을 신고하고 회피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장관은 외청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 및 감독권이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이 같은 권익위의 방침은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2020년 9월 당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아들 수사를 두고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이 명시적으로 지휘를 하지 않는 한 검찰 수사는 법무부 장관의 직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2019년 당시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전 적용된 행동강령과 이해충돌방지법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추 장관 건도 현행법에 따르면 이해충돌”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 논문 대필 의혹 수사 건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으로, 검수완박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다. 다만 검찰에 송치돼 한 장관이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신고·회피 의무가 발생한다.
예외 조항도 마련됐다. 조사를 받던 사람이 공직자에 대해 고소·고발 등을 제기한 경우에는 신고·회피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정 부위원장은 “수사 중 불만이 있는 사람이 고소 등을 했다고 회피 의무가 발생하면 대한민국은 먹통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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