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정상회의가 앞으로 정례화되는 수준을 넘어서 동북아 안전판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안보·경제 불안 요인을 3국이 공조해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사후적으로 역내 우방들과의 공동 대응을 견인할 수 있도록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강력한 확장 억제가 3국의 공통 관심사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 논의를 통해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상호 이익의 액션플랜까지 구체적으로 도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 간 만남을 제도화하거나 원칙화함으로써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한미일 3국이 빠르게 밀접해지는 북중러 위협에 대응할 군사안보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은 최대 관심사인 미중 전략 경쟁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리고 일본은 가장 큰 위협인 북한의 군사력 억제를 위한 차원에서 각자 한국과 함께 3국 정상 간 만남을 정례화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은 “북중러의 협력 관계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와 같은 동북아 안전판이 될 정례화한 3국 정상 간 협력 시스템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인공지능(AI), 첨단 기술, 우주 및 사이버 위협 대응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 연구위원은 “사이버 분야와 AI 등으로 협력을 확대해야 북한의 위협에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한일은 동맹 관계가 아니어서) 군사 협력 확대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지만 AI와 사이버 등의 협력은 제약이 없다”며 “3국의 연합훈련과 기술 교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운다는 목표를 갖고 AI·양자컴퓨팅 등 핵심 첨단산업들에 대한 3국 간 합동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급망 회복을 위한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실장은 “3국 정상회의에서는 군사 협력뿐만 아니라 수출 통제 조치 등 경제안보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중국 견제라는 목표는 3국의 공통 관심사인 만큼 안보 협력은 물론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경제 파트너’라는 관계를 굳건히 할 액션플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 교수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3국은 전통적인 안보 협력을 뛰어넘어 경제 분야로 공통 관심사를 확대해 경제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경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호·신한나·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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