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병역기피(병역 면탈) 범죄 가운데 ‘정신질환 위장’이 절반에 달했다. 5년간(2018~2022년) 가장 높은 적발률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2022년 병무통계연보’를 분석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병무청 소속 특별사법경찰이 적발한 병역기피 건수는 48건이다. 이를 유형별로 나눠 살펴보면 ‘정신질환 위장’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고의 체중 조절(35.4%), 고의 문신(8.3%), 청력 질환 위장(2.1%), 내과 질환 위장(2.1%), 피부 질환 위장(2.1%)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병역기피 적발 인원 현황을 보면 고의 체중 조절이 99명(26.0%)으로 가장 많았다. 신체검사일을 앞두고 체중을 급격히 증량하거나 극단적으로 감량하는 방법으로 체질량지수(BMI) 기준 현역 판정을 피하는 방식이다. 한 달 만에 체중을 20㎏ 찌우거나 끼니를 걸러 6㎏ 감량해 적발된 사례다.
뒤를 이어 정신질환 위장(97명, 25.5%), 고의 문신(44명, 11.6%), 정형외과 질환 위장(19명, 5%), 청력질환 위장(17명, 4.5%), 척추질환 위장( 14명, 3.6%), 학력 속임(13명, 3.4%) 등의 순이다.
병역기피 방식은 점점 진화하고 있지만 시기마다 유행을 타면서 유형별 증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정신질환 위장만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에는 병역기피 범죄로 적발된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었으나 2019년 14%, 2020년 37%, 2021년 48%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50%를 기록했다. 심지어 2012년 6명에서 지난해 24명으로 무려 4배나 늘었다.
물론 깐깐한 병역 판정 검사로 인해 최근 현역병(1~3급) 판정 비율은 80% 이상으로 과거 대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에만 정신질환인 우울증을 이유로 현역 입대가 면제된 신체 등급 4급(보충역) 또는 5급(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수검자는 2150명에 달했다. 2013년(223명) 이후 10년 사이에 9.6배로 불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병무청이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더욱 신중히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위장하는 경우처럼 병역 회피 행위가 고도화되고 있다”며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는 4급 이하의 판정은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두세 번에 걸쳐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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