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생 시절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 수업과 EBS 온라인 강의만 듣던 남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EBS는 암 진단이나 어려운 가정형편 등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수험생 10명을 꿈 장학생으로 지난 29일 선발했다.
그중 올해 서울대 역사학부에 입학한 이현우(19)씨는 지난해 1월 귀밑 침샘에 암세포가 생긴 이하선암 4기 진단을 받았다. 2021년 동생이 백혈병에 걸린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검사에서 암이 발견된 것이다.
이씨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의사 선생님이 안면 마비 확률이 70%인 수술이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2월이 지나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앞으로 살아가게 될지를 모르겠더라"라고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 뒤 이씨는 고향인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수술하고 4월부터 한 달 반가량 방사선 치료를 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투병하며 수험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시도 때도 없이 코피가 났고 피부가 약해서 밥을 삼킬 때도 고통이 뒤따랐다.
이씨는 한 때 휴학까지 고민했으나 온라인 수업으로 타지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도왔던 담임교사와 EBS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방황하던 상황에서 윤혜정 선생님의 ‘개념의 나비효과’를 듣고 있었는데 (저의) 사연을 선생님이 읽어주셨다. 되게 공감해주시고 할 수 있다고 잘 될 거라고 응원해 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암 투병 중에서 하루 13시간씩 공부에 몰두했던 이씨는 제주제일고를 문과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서울대에 합격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방사선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기록하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힌 이씨는 'EBS 꿈 장학생'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아 300만원의 장학금을 받게 됐다.
한편 '꿈 장학생'은 교육부와 EBS가 투병 생활이나 어려운 가정환경 등 힘든 환경 속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학교 수업과 EBS 고교 강의로만 목표를 이룬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제도다. 최우수상 수상자 1명에 500만원, 특별상 수상자 1명에 400만원, 우수상 수상자 8명에 각 300만원의 총 33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된다. 2011년부터 장학생을 뽑고 있으며 올해는 10명의 학생에게 3300만원을 지원했다.
최우수상 수상자는 아버지의 심근경색 투병과 조부상 등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던 곽수현양이었다. 곽양은 기초수급생활자에게 무료 배부되는 EBS 교재로 공부하며 과목별 노트를 만들어 개념을 정리하고 친구와 함께 부족한 부분은 서로 문답하며 보완하는 등 치열한 수험생활을 통해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수기에서 “한 때 ‘학업을 그만두고 가계에 도움이 돼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격려 덕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올 수 있었다”며 결국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 상황에 불평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선택을 믿는 것뿐”이라고 희망을 나눴다.
이 밖에도 한부모 가정, 말기 암 치료, 늦은 나이에 수능을 시작한 수험생 등 각기 어려운 학습 환경에서도 대학 입시를 포기하지 않은 수상자가 장학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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