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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도 모자라 성범죄까지 극성…은행 '무너진 내부통제'

국민·신한·하나 등 11개 은행

윤리강령 위반 7년여간 286건

10건 중 4건은 직장 내 성희롱

사적대차·금품수수 등도 많아







지난 7년여간 국내 시중은행 11곳에서 발생한 사내 윤리 강령 위반 건수가 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횡령부터 고객과의 사적 금융거래뿐 아니라 성범죄까지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은행의 부실한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중은행 윤리 강령 위반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7년여간 11개 주요 은행 임직원의 사내 윤리 강령 위반은 총 28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42건으로 2021년(50건), 2020년(61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올해는 상반기 만에 23건을 기록하며 다시 늘어날 조짐이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49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신한은행이 47건, 하나은행·부산은행 36건, NH농협은행 35건, 우리은행 29건 등 전반적으로 위반 건수가 많았다. 사내 윤리 강령 위반 유형은 크게 횡령·배임처럼 고객과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금전 사고’와 금전적 손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고객과의 사적 금융거래(사적 금전대차), 알선수재, 금품 수수, 위법 대출 등 ‘금융 질서 문란 행위’로 나뉜다. 이 밖에 동료 폭언·폭력, 성희롱·성추행, 근무지 무단이탈 등도 있다.



윤리 강령 위반 사례 10건 중 4건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116건)이었다. 회식 중에 신체를 접촉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경우 등이다. 신한은행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29건), 농협(22건)이 뒤를 이었다.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전행적인 성희롱 위반 징계 강화 조치를 시행하며 징계 수위를 상향했고, 신한은행도 직원 윤리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윤 의원은 “금융은 신뢰의 자본이 가장 중요한 만큼 직원 간 상호 존중 문화 확산도 은행의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나의 동료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노사가 함께 즐겁게 일하는 직장 문화 조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질서 문란에 대한 징계도 115건으로 각 은행에서 두루 적발됐다. 횡령 등 금전 사고(28건)보다 4배 이상 많으며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 사적 금전대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은행은 거래처는 물론이고 은행 내부 임직원 간에 직간접적으로 금전 거래를 하거나 금전대차 알선, 지급보증을 하지 말도록 금지하고 있다. 금전 사고는 지방은행들에 집중됐다. 부산은행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은행(8건)과 경남은행(4건) 순이었다.

은행권의 비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다 보니 금융 당국은 각 은행들의 내부 통제 자체 점검 결과를 살피는 한편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각 은행들로부터 받은 내부 통제 자체 점검 결과도 재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은행의 내부 통제를 문제 삼고 있지만 금융 당국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매년 먼지 털듯 검사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거액의 횡령건 등은 전혀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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