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는 시대를 비추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극적인 순간들로 치장한 서사는 아니더라도, 담담히 써내려 가는 시대의 기록은 수많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뜨거운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계절이 흐르는 것처럼, 남은 한 해에는 담백한 이야기들에도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자꾸만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평생을 함께한 연인은 분투한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이터널 메모리’는 칠레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토와 25년 간 그의 옆에서 사랑을 간직해온 배우이자 활동가인 파울리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우구스토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알츠하이머로 부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순수한 유머와 사랑으로 주어진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려 애쓴다.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85분.
다큐 열풍을 불러온 화제작이자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한 MBC경남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11월 극장가를 찾는다. 경남 진주시 일대에서 60년 간 한약업에 종사한 한약사인 김장하 선생은 이 시대의 좋은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2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던 TV 시리즈와 달리, 영화로 옮긴 ‘어른 김장하’는 재편집을 거쳐 한 편의 영화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TV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미공개 장면과 편집 에피소드도 포함돼 영화만의 새로운 재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른 김장하’는 정식 개봉에 앞서 오는 6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커비로드에서 먼저 관객들을 찾는다. 105분.
OTT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서도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와 예능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에서도 오리지널 작품들이 눈에 띄는 모양새다.
웨이브는 지난달 29일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악인취재기’를 첫 공개했다.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범죄의 깊은 내막을 파고들며 악인들의 실체를 밝히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웨이브와 JTBC 탐사보도팀이 힘을 합쳐 만든 다큐멘터리는 첫 에피소드로 과외 앱을 통해 살인을 저지른 정유정을 분석한다. 1~2화를 통해 정유성의 살인을 낱낱이 파헤친 ‘악인취재기’는 앞으로도 5명의 악인을 다룰 예정이다. 오는 6일에는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성 착취를 저지른 ‘두 얼굴의 키다리 목사’ 편을 공개한다.
1993년, 시네필들의 요람이었던 ‘노란문 영화연구소’는 청년 봉준호가 소속돼 세계 명화의 비디오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던 공간이다. 봉준호 감독의 미공개 첫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룩킹 포 파라다이스(Looking for Paradise)’의 유일한 관객들 또한 노란문에 속해 그 시절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공유했다. 영화는 청년 봉준호의 발자취를 통해 1990년대 시네필들의 삶을 현재로 가져온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공식 초청되기도 한 작품으로, 오는 27일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6~11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8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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