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 항공기(드론)의 폭탄 위력이 상당한 파괴력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군 ‘벙커 버스터’ 2개의 파괴력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과정에서는 물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서 볼 수 있듯 드론이 현대전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는 만큼 우리 군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 따르면 경찰대 공공안전학과 박사과정 손현종 연구원은 학술지 ‘경찰학 연구’에 실은 '국가중요시설 드론 테러에 대한 리스크(위험성) 평가 연구’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민간에서 사용되는 드론 3종과 북한에서 정찰 및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2기가 최대로 탑재할 수 있는 C4 폭탄의 위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중국제 민간 드론을 테러용으로 개조할 경우 30㎏의 C4 폭탄을 탑재하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TNT 40.2㎏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TNT 40㎏은 1989년 15명이 숨지고 140여명의 부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차량 폭탄 테러와 같은 수준의 폭발력이다.
北 드론, 잠재적 위험성 말할 수 없이 높아
특히 북한이 중동 국가에서 도입 및 개조해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모델은 401㎏의 C4 폭탄을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TNT 537.3㎏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 공군이 사용 중인 ‘벙커버스터’ 두 발급 위력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벙커는 적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로, ‘벙커 버스터’는 벙커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폭탄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020년 6월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를 파괴시킨 폭풍압의 세기는 TNT 폭약 500kg이 폭파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1994년 17층 규모의 남산외인아파트를 발파할 때 폭약이 250kg 쓰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수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 사용된 것이다. 북한이 운용하는 드론이 폭탄을 탑재할 경우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드론이 단순히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의 무게만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벙커 버스터의 위력은 강력한 강철 재질로 만들어진 미사일의 관통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드론의 폭탄 적재량만으로 드론과 벙커 버스터의 위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운영하는 드론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는 것은 분명한 만큼 군의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이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남하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방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에 폭탄이라도 실려 있었다면 군 당국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위협할 존재로 대한민국의 안보 전체가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앞서 2017년 6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됐다. 이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가 그 일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 드론의 잠재적 위험성을 재검토하고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임범 대테러센터 자문위원(예비역 중장)은 “드론의 잠재적 위험성은 말할 수 없이 높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최근 무인기(드론) 공격력 강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며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북한이 지난 9월 ‘국가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격상한 것은 ‘주체형’ 드론, 군사정찰위성, 전투기 엔진 등을 제작하려는 의도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격상은 “우주국방과학기술 점령과 함께 항공 기술의 비약적 발전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9월말 최고인민회의에서 위성 발사를 담당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격상하기로 한 바 있다.
변 연구위원은 순수 민용기가 없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국가우주개발국 이름에 ‘항공’을 추가한 것은 신종 무기체계 개발 과업 달성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조선민용항공총국과 공군사령부 소속으로 유사시 군용기로 투입된다.
국가우주개발국에 ‘항공’ 역할 추가
그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격상이 특히 “항공우주 분야에서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개발 선진국들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 표현”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에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회담 성과가 신종 무기체계 개발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7월에 북한이 공개한 북한판 리퍼 ‘샛별-9형’은 파괴력은 영상으로 공개해 우리 군당국을 긴장시켰다.
당시 북한판 리퍼 샛별-9형은 미국의 ‘MQ-9 리퍼’와 기체 모양은 물론 무기체계에 붙이는 일련 번호 9번까지 매우 유사하다. 특히 리퍼는 기체 하부에 폭탄을 실어 지상의 전차나 암살할 요인을 정밀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북한 매체는 무인공격기 기체 하단에 장착한 폭탄을 실제 발사하는 시험 장면까지 공개했다.
MQ-1 프레데터를 개량한 MQ-9 리퍼는 최대 14시간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장거리 비행을 통해 정찰 임무와 공격 작전도 가능한 첨단 무인기다. 최대 14발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또는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GBU-12 페이브웨이 Ⅱ 레이저 유도폭탄 2발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길이 11m, 날개폭 20m, 자체 중량 2.2t이다. 최대 1.7t의 무기 등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상승고도 15.24㎞, 최대 시속 482km, 항속거리 5926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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