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영 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분양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여파 등으로 자금줄이 마른 시행사들이 줄줄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다. 신규 주택 공급 감소에 따라 향후 분량 물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들은 입지와 분양가 등을 따져가며 청약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17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3분기 누적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은 11만 3103가구를 기록했다. 1분기가 2만 8908가구, 2분기 3만 4725가구, 3분기 4만 9470가구다. 이는 지난해 말 조사된 연내 총 계획물량(25만 8003가구)의 44%에 그친 수준이다.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 공급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한해 총 분양실적은 2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이는 2013년(20만 281가구)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상반기 부동산 경기둔화로 공급시장이 위축되면서 초기 분양실적이 저조했다"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단지별 선별청약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계획 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연간 계획물량 목표를 달성한 곳은 전남과 제주 두 곳 뿐이다. 전남(136%)은 8~9월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 공급물량으로 연내 예정물량을 초과 달성했고, 제주(122%)도 7~8월에 692가구가 몰리며 높은 분양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47%)과 경기(52%), 인천(46%) 등 수도권은 연간 계획물량의 50% 내외 공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에 속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 등이 공사비 증액 문제 등에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한 여파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도 당초 올 4분기 분양을 계획했지만 현재는 내년 분양이 유력시된다. 미분양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대구와(4%) 울산(15%) 분양시장에서도 아직 냉기가 이어지고 있다.
분양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주요 입지, 대형 브랜드로의 청약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한 예로 올해 인천에서 최대 규모로 청약을 진행한 서구 '검단신도시롯데캐슬넥스티엘'은 경쟁률이 111.5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연수구 '월드메르디앙송도'와 계양구 '제일풍경채계양위너스카이 A블록'은 각각 0.6대 1, 1.3대 1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내년 분양시장 전망도 안갯속이다. 올해 예정됐던 분양 물량 상당수가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건설 경기를 고려할 때 실제로 분양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 책임연구원은 "올해 마지막 4분기 시점에서도 약 6만 가구가 연내 사업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공급 시장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향후 2년 뒤 분양물량을 추정할 수 있는 착공 실적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올 1~8월 전국 주택 착공은 11만 389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6% 감소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매매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수요자들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등의 여건이 마련되면 공급자들도 자연스럽게 정상적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슐랭 연재’ 구독을 하시면 부동산 시장 및 재테크와 관련한 유익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