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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정보보안비’ 증액 이유는…국정원, 軍정보기관 통제 北 ‘휴민트’ 구축 속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핵·미사일 발사장 등 군시설 주요 대상

北 내부협력자 활용 휴민트 강화 속도

軍 정보보안비 올해도 167억원 ‘급증’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0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개혁은 대북 휴민트 부활부터”

국가정보원이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와해된 북한데 대한 정보력 강화를 위한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Human Intelligence) 부활에 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했던 대북심리전국을 북한의 심리전에 대응할 1급 독립 부서로 다시 신설한데 이어 대북공작국 재건까지 잇따라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2차장 산하 조직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 징후에 감시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국정원 김규현 원장이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 대북 조직 신설·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대북 휴민트 부활을 시급한 과제로 보는 것은 휴민트 손상 정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대북 인적 정보망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와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해체된 대북 인적 정보망 숫자는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때 무너진 대북 인적 네트워크가 다소 복원됐지만, 다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조직이 완전히 와해되면서 북한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대검찰청에서 범죄정보담당관을 역임하며 정보 수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보안비, 국정원 승인으로 쓰는 예산


김 원장은 역시 국정원 고위직 간부들에게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수집된 북한 관련 정보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탈북민과 중국과 일본, 러시아 해외지부 등을 거점으로 하는 휴민트 기반의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첨단 정보 수집 기술 발달로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수집된 정보가치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휴민트를 통해야 정확하다는 외교부 출신다운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국정원은 군 정보기관을 활용해 대북 휴민트 복원에 속도를 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2023년도 특수활동비’ 가운데 1000억 원이 넘는 국방부 특수활동비를 ‘정보보안비’로 변경·편성해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올해 국방부의 정보보안비(특수활동비와 같은 방식으로 지출)는 50억원을 늘려 편성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성격인 국방부 정보보안비로 편성된 올해 예산액은 1184억2000만원이다. 2022년 1134억2000만원 대비 4.2%인 5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전 부처 가운데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현 정부 들어서 예산액 감소 추세와 다른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정보보안비를 포함한 내년 특수활동비는 2433억3000만 원으로 올해 2차 추경때 대비 58억7000만원이 늘어났다. 특히 증가액의 대부분을 국방부 정보보안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에 들어간 특수활동비 전체와 비교해도 39억8000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정보보안비 증가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특수활동비는 예전부터 국정원의 승인으로 움직이는 예산으로 정보보안비로 변경한 것 역시 국정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대북 정보 활동에 투입되는 정보보안비는 사용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협의가 필요하고 사용 후에는 보안감사까지 받게 돼 사실상 국정원 뜻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정보당국은 우선 가장 위협적 존재인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장 등 주요 군시설 중심으로 대북 휴민트(HUMINT)를 확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정보 참사’와 관련한 우리의 대응 강화 차원에서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휴민트 붕괴가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북 정보망 복원 및 확보 차원에서 휴민트 강화를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북한 관계를 개선한다며 대북 휴민트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을 줄이면서 대북 정보력이 크게 약화된 빌미가 됐다”며 “현 정부 들어서 대북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 있었는데 이번 이스라엘 사태를 계기로 국정원이 내부 조직 강화를 비롯해 축소된 군 정보기관 역량을 확대하며 대북 휴민트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때 대북 휴민트 크게 약화돼”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대북 정보수집역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게 현 정부 안보라인의 판단이다. 이에 국정원을 중심으로 군 정보기관을 활용해 대북 휴민트의 점검·재정비·강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중동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현재의 우리 대북 감시 역량에 대한 전면적인 리뷰와 휴민트 복원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통일부를 중심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조속히 추진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와해된 휴민트 복구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보면서 서둘러 대북 휴민트에 대해 역량 점검과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안보라인의 공통된 의견이 모아지면서 국정원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휴민트 강화 대상은 북한 내 핵·미사일 발사장 등 주요 군 시설 인근이 1순위다. 평양 등 주요 도심도 휴민트 복원 대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경호경비 등을 책임지는 평양 안팎의 주요 군 부대 동향 파악이 그 다음이다. 이들 지역은 특히 북한 핵심 권력층의 이상 징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군 정보기관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역도 휴민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 지역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기지가 다수 배치돼 있고 중국을 경유한 인적 접근이 용이해 가장 많은 정보수집 활동이 이뤄져 휴민트 복원의 우선 지역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복원된 원훈석. 1961년 국정원 창설 당시 제작된 원훈석으로 1961년부터 1998년까지 37년간 사용됐다. 사진 제공=국가정보원


군 당국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대북 휴민트 부대 등과의 협력도 강화해 정보 공유를 확대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주한미군은 2017년 미 8군의 501정보 여단 예하에 ‘휴민트 전담대대’를 창설해 운용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아 정부는 이란 등 북한의 우방국 등에 대한 우리 휴민트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미국은 물론 일본까지 안보 협력 강화를 복원하면서 이 과정에서 휴민트 공조도 확대하고 있다”며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휴민트 조직 역량이 빠른 속도로 양과 질 측면에서 복원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보당국은 한미 군 당국의 정보자산 공조를 강화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와 권력 내부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 위성과 정찰기 등을 수시 및 실시간 가동해 영상정보와 신호·통신정보 등 비중도 늘려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북한의 열병식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징후 등은 거의 실시간 관측이 가능한 것도 이 같은 정보자산 공유 때문이다. 특히 사안의 중대성 등에 따라 수 시간 단위로 관련 첩보 파악과 정보 수집이 용이해 휴민트와 함께 활용하겠다는 속내다.

정부당국은 비공개 활동을 대폭 늘려 대북 휴민트 역량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휴민트의 수집·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북한을 탈출해 국내외에 거주하는 탈북민 등을 접촉하는 공개 활동과 북한 내부로 중국 국적의 조선족을 잠입시키거나 북한 내부 협력자를 활용하는 비공개 활동이다.

다만 우리의 이 같은 정보수집 및 감시 체제를 북한도 잘 알고 있어 역이용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잘 걸러내야 하는 건 숙제다. 북한이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핵심 무기 장비의 은폐·엄폐 등 교란 작전을 펼칠 경우정보당국의 대북 정보 수집에 혼란을 주거나 차질을 빚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에 그렇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심리전을 통한 가짜뉴스 확대로 남남갈등을 촉발하는 징후가 상당히 많아졌다”며 “특히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실체와 군 수뇌부 동향을 제대로 추적하려면 대북 휴민트 역량 강화를 서두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내년 국방부 정보보안비, 올 대비 14.1%↑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해 올해 국가정보원이 활용하는 국방부 정보보안비 역시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피해 크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14개 기관이 배정받은 내년 특활비(정보보안비 제외)는 올해보다 1.3%(-17억 원) 감소한 1237억 원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말 예산안을 발표할 때 지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특활비를 감액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발표대로 특활비 규모 자체는 작아진다. 하지만 법무부, 과기부가 배정받은 정보보안비를 더하면 전체 특활비는 늘어난다. 기재부는 국방부 1곳이었던 정보보안비 지급 기관을 법무부, 과기부로 넓혀 각각 42억 원, 33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특히 국정원이 통제하는 국방부 몫인 정보보안비는 1351억 원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14.1%(167억 원) 급증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군 정보기관이 주로 활용하는 국방부의 정보보안비는 대북 정보수집 역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가찌뉴스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심리전 강화에도 쓰일 것”이라며 “특히 대북 휴민트 복원과 강화 과정에는 공개하기 어려움 많은 예산이 사용돼 예산이 다소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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