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엄마랑 내 남편이 같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너 그거 불륜인 거 알고 있지?”
미성년자인 아들 친구에게 이와 같이 모친의 불륜을 암시하는 말을 한 혐의로 50대 여성에게 아동학대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한 주부 김씨에 대해 지난 17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1월30일 A양(15)에게 전화를 건 뒤 마치 A양의 모친이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말해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10분 뒤 A양에게 재차 전화를 건 김씨가 "너희 엄마 이혼했다며? 내 남편과 같이 있어 연락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빨리 전화하라고 해"라고 요구한 것에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는 사건 당일 자신의 남편이 귀가하지 않고 A양의 모친과 함께 있다고 오해한 탓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김씨와 통화한 뒤 모녀관계가 소원해져 상담치료를 받다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법정에 선 김씨는 '남편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A양에게 부탁해 엄마에게 말을 전달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A양의 반응과 행위 전후의 상태 변화를 고려하면 정서적 학대"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 고의는 자기 행위로 인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 저해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처럼 발언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양의 진술이 통화 내역 등과 일치하고 김씨가 사건 직후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