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겹치며 자본시장이 급속 냉각되고 있다. 유동성 감소로 기업공개(IPO) 시장은 복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기업들은 주식시장 대신 전환사채(CB)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초부터 현재까지 1년 9개월여 간 미국 증시 내 IPO 조달액은 476억 달러(약 64조3000억 원)로 2021년 11~12월 2달간 조달액인 413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신선배달 업체 인스타카트 등 대형 IPO가 이뤄졌지만 ‘공모주 전성기’에 비해서는 시장이 턱없이 쪼그라든 것이다. 블룸버그는 “독일 신발업체 버켄스탁이 거래 첫날 12% 하락하는 등 공모 실패 사례가 쌓이며 비관론이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고 주가가 하락하며 IPO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점도 IPO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팔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유가 상승도 불안요소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올해는 물론 내년 3월까지는 얼어붙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자 기업들은 기존 주식(구주)을 매각하거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주식유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액은 776억 달러(약 105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었다. 올해 미국 기업들의 전환사채 발행액도 433억 달러(약 59조 원)로 지난해 총 발행액인 300억 달러보다 44.3% 증가했다. 전환사채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지녀 일반적인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고금리에 지친 기업들이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리처드 더필드 씨티그룹 자본시장 책임자는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환사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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