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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협의 시작부터 삐걱…강경파 반발에 의사단체 내분 조짐도

25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등 "원점 논의" 어깃장

의협 집행부에 불신 제기…"새로운 협의체 만들어야"

의협 집행부 "300명 확대 합의한 적 없다" 해명 나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미래를생각하는모임 임현택 대표가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의 의대 증원 논의와 관련해 의대 정원 논의 즉각 중단 및 의정협의체 재구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의지를 밝혔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의료현안협의체를 하루 앞둔 25일 일부 강경파 의사들이 "원점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보건복지부와 의대 증원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의사단체 내부 분열이 심화할 경우 정책 추진에 더욱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의료현안협의체 하루 앞두고 강경파 “원점 논의” 어깃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서울시 용산구 소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정부가 졸속 강행하는 의대 정원 확대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포퓰리즘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절대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이필수 의협 집행부는 정부에 굴욕적인 자세로 회원들을 기만해 신뢰를 잃었다"며 "현재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전권을 갖고 원점부터 논의할 별도의 의정 협상단을 즉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의협은 당장 26일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2025년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이후 의료계와 처음 마주 앉는 자리여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은 한껏 높아졌다.

복지부는 지난 19일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담긴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의협 집행부도 당초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일방적 발표를 강행할 경우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던 데서 한발 물러서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육성 및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의협 집행부의 스탠스에 불만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도한 박 회장은 올 초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다. 임 회장은 지난 7월 이필수 의협 회장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의료계 대표 강경파로 꼽힌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등에 반발하며 의협과 별도의 투쟁조직인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을 최근 출범시켰다.



이날 박 회장 등은 "정부는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대 정원 문제를 의사와 논의해야 할 뿐 아니라, 의료현안협의체 구성 자체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9.4 의정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하다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중단하고,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된 후 의정협의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협과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리고, 올해 1월부터 14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어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박 회장 등은 현재 의협 집행부가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정부와의 협의 절차도 불투명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의협·복지부 “증원 규모 합의 사실 아니다” 일축


의협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복지부가 정원을 300명 선에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고 기피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해 왔으며, 정부 역시 이런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게 현 의협 집행부의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 의대생 350명 증원을 논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다만 “(의대)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발언하는 등 의대 증원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문제를 의사단체 뿐 아니라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애초 내달 2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 예정이었다가 일주일 앞당겼다. 내달 2일에는 보정심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의사단체 내분 조짐까지 일면서 향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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