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동구 식사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백 모(40)씨는 집에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면 아파트 후문에 있는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는다. 백 씨는 “은행까지 가려면 어림 잡아 500m를 걸어가야 하지만 편의점까지는 50m도 안된다”며 “예전에는 수수료가 아까워 이용을 꺼렸는데 지금은 수수료도 무료라 (편의점 ATM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네 편의점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돈을 찾을 수 있는 은행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ATM을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은 오히려 ATM을 늘리면서다. 편의점은 한발 더 나가 통장 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 발급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지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9월 기준 1만 3261개인 ATM 설치 점포를 연내 1만 3500개로, 내년까지 1만 4000여개로 확대한다. 각각 현재 ATM 설치 점포가 9200여개인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ATM 이용 가능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은행이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한 상황에서 유지 관리 비용을 이유로 ATM을 매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 2019년 12월 2만 9000개이던 편의점 3사의 ATM 설치 점포는 2023년 9월 3만 1000개로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ATM은 2만 1453개에서 1만 6215개로 줄어들었다.
편의점이 이처럼 ATM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더 많은 고객이 점포를 찾으면 매출도 더불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 ATM에서 돈을 인출하러 왔다가 돈만 찾고 가는 경우는 잘 없다”며 “매대에서 뭐라도 하나 집어 들고 사간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편의점의 금융 서비스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일부 금융 특화 매장의 경우 통장 발행부터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 발급 등이 가능한 종합금융기기(STM)가 설치됐다. CU는 16개 은행과 제휴를 맺고 포스 현금 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는 상품 결제 시 인출 요청 금액을 함께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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