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에 주둔한 자국군을 겨냥한 공격에 대응해 시리아 동부에 있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관련 시설들을 공습했다. 이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후 미국이 중동에서 단행한 첫 번째 물리적 공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는 별개의 조치라는 것이 미국의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확전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는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기습 작전을 이틀 연속 실시하면서 확전 우려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군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IRGC와 산하 단체들이 사용하는 시설 두 곳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격은 시리아 현지 시각으로 27일 새벽 4시 30분께 이뤄졌다. 미군은 F-16 전투기 두 대를 동원해 시리아 동부의 이라크 접경 마을 아부카말에 있는 탄약고와 무기 저장고를 정밀 공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공격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미국의 공격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미군을 겨냥한 친이란 무장 세력의 공격이 계속돼 공습을 감행했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17일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각각 최소 12건, 4건 발생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분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더 이상의 적대 행위를 할 의사도 없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의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은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친이란 세력 공격은 자위권 행사 차원을 넘어 이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확전을 극도로 경계하며 이란에 참전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2척, F-16 전투기 대대를 비롯한 대규모 군사 자원들을 연일 파견하고 있는 것도 확전을 막기 위함이다. 미국은 이날도 이스라엘에 아이언돔 시스템 2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에 맞서 분쟁 개입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26일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끝나지 않는다면 미국도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미국이 결국 군사 자원 배치에서 더 나아가 물리적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의 확전 위험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틀 연속 이뤄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기습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7일 밤사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관련 표적 수십 개를 공격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26일 새벽에도 비슷한 작전을 수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앞으로도 수일간 더 강력하게 (지상 기습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군과 정보기관 신베트(ISA)의 공조하에 샤디 바루드 하마스 정보국 부국장을 살해한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우려 탓에 쉽사리 지상전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스라엘 정부 및 군 당국자를 인용해 군 지휘부가 지상전 계획을 완성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최종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협상이 진행 중인 점, 가자지구 점령 이후의 사태 수습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지상전 개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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