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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 지키는 바리스타 자존심 '탬핑'…손목 건강에는 쥐약[일터 일침]

■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은퇴 후 카페 창업 느는데…손목 등 근골격계 질환 위험↑

바리스타 업무 비중 높은 '탬핑' 작업, 손목·손가락 부담 커

손목건초염 등 근골격계 질환엔 한방통합치료 고려해야





#김모 씨(58)는 퇴직 후 남편과 함께 꿈에 그리던 카페 창업에 나섰다. 비록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규모였지만 단골이 하나둘 생기며 하루에 많게는 200잔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평소처럼 주문을 받고 직접 커피를 내리던 어느날, 김씨는 오른 손목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 근육통으로 여겼지만, 며칠이 지나자 손에 힘을 제대로 못 줄 정도로 통증이 찾아왔다.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내원한 김 씨는 ‘손목건초염’ 진단을 받았다. 카페 개업 이후 부담을 느껴 몸을 돌볼 새도 없이 무리한 탓인 듯 했다. 김 씨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해 업무를 맡기고, 한동안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직장은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퇴사 이후 자아실현과 경제적 수입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창업은 대다수 직장인이 꿈꾸는 목표 중 하나다. 최근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직장인 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6.8%가 창업할 의지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60.9%는 카페와 같은 소상공인 창업 희망자였다. 실제 소상공인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기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기본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중소기업 중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5.1%에 달했다. 종사자 수와 매출액도 전년 대비 각각 4.4%와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아 창업 인기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카페 점포 수는 총 9만3414개를 기록했다. 2020년 당시 6만2278개였음을 고려하면 3년새 50%가량 늘었다. 하지만 카페 운영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고객 응대부터 매장 관리 등 전반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데다, 커피를 만드는 업무 자체가 반복적인 관절 사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대표적으로 손목건초염은 바리스타의 직업병이라고 불린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추출을 기본으로 만들어진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탬핑(tamping)이라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탬핑은 곱게 갈린 원두를 필터에 넣고 평평하게 압축하는 과정이다. 카페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바리스타들이 탬핑하는 모습을 자주 봤을 법하다. 바리스타 업무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탬핑 작업은 손목을 힘껏 비틀어 탬퍼를 꾹꾹 눌러야 하기 때문에 손목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커피 주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손목과 손가락 전반의 과사용을 야기하다 보니 손목건초염 위험도 높아진다. 바리스타의 손목건초염 산재 인정 과정에서도 탬핑 작업이 증상의 주원인으로 꼽힐 정도다.



손목건초염은 손목과 엄지손가락을 연결하는 힘줄인 장무지외전근과 단무지신근을 둘러싸고 있는 막(건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목협착성 건막염’ 혹은 ‘드퀘르벵 증후군(DeQuervain Syndrome)’이라고도 불린다. 손목터널증후군과는 달리, 주로 엄지를 중심으로 통증이 나타나고 손목에 찌릿한 저림 증상과 붓기가 동반된다. 엄지에 힘을 주면 통증이 더욱 심해져 젓가락질 등 일상생활 속 작은 동작에도 큰 불편함이 따르는 것도 손목건초염의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이 병행되는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염증과 통증을 해소하고 힘줄 및 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한다. 우선 양계혈(陽谿穴), 태연혈(太淵穴) 등 손목 주요 혈자리에 침치료를 실시해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행과 통증을 개선한다. 그리고 한약재 성분을 주사 형태로 직접 주입하는 약침은 염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촉진한다. 힘줄, 근육, 인대 등의 강화에 유효한 한약 처방도 증상 완화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다.

약침의 항염 효과는 여러 연구논문에 실렸다. 자생한방병원과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의 공동 연구 논문이 SCI(E)급 국제학술지 ‘염증 조절(Mediators of Inflammation)’에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약침은 염증을 유발하는 매개체인 활성질소 생성을 7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손목건초염은 꾸준한 치료와 함께 손목에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손목 스트레칭을 생활화하거나 손목보호대를 착용해 증상 악화와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늘(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자신만의 멋진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장님이 오늘도 건강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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