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침체 조짐이 글로벌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위기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수입 수요를 줄이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의 타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닛케이가 시장조사 업체 퀵팩트세트의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 주요 상장사 1만 3000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총 16개 업종 가운데 비제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경기 가늠자인 제조업은 9% 감소했다. 화학이 43% 줄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기(-12%)도 부진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이 클수록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상장사 중 중국 시장 매출이 전체의 30%를 초과하는 기업(240개사)의 순이익은 30% 쪼그라들었다. 반면 비중이 10~30% 미만인 곳은 1% 감소에 그쳤고 10% 미만인 곳은 오히려 7% 증가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생산이나 자동화설비(AF) 등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폭넓은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전기 부문에서는 업황 부진까지 겹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감소가 눈에 띄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는 3분기 순이익이 각각 26%, 25% 떨어졌다. 산업용 반도체 시장 침체와 고객사의 재고관리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전체가 약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고 이에 고객들은 재고관리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부진의 이유를 밝혔다.
화학 업종에서도 중국의 설비투자 둔화로 미국의 ‘다우’가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59%)을 기록했고 ‘듀폰’의 순이익 역시 13% 빠졌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90%나 순이익이 감소했다.
문제는 중국의 상황이 심화해 디플레이션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비관적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10월 CPI는 중국 소비자의 구매 추세와 인플레이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의 핵심 엔진인 소비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다. 약한 인플레이션 수치가 중국의 공장 가동 위축과 서비스 부문의 성장 둔화를 초래하면 불확실성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가격 하락에 맞선 장기적인 싸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초입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경제책임자도 “중국의 소비 수요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가 이미 올 2분기 -1.5%, 3분기 -1.4%를 기록해 2015년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찍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순익 개선이 잇따랐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 수익이 불어난 금융 부문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미국 대형 은행 중 한 곳인 웰스파고는 61%, JP모건체이스는 35% 순이익이 신장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빅테크 6개사는 41%, 도요타 등 자동차 업종은 55% 증익을 기록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 같은 비제조업 부문의 호조가 마냥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금융 긴축의 장기화로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10월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8로 전월과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닛케이는 “기업 실적을 떠받쳐온 미국 경기가 무너지면 더 폭넓은 업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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