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천문학자들. 이 광활한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문학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을 겁니다. 또 어린시절 별을 보면서 천문학자의 꿈을 가져봤던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 전영범 책임연구원을 만나 우주와 천문학, 그리고 천문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영범 연구원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천문대’에서 근무 중이고 주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찾고 그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변광성은 밝기 변화의 원인에 따라 식 변광성, 맥동 변광성, 폭발 변광성 등으로 구분합니다.
식 변광성은 두 별이 쌍성 형태로 존재할 때,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광도가 변하는 별이고, 맥동 변광성은 별의 내부에서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그 광도가 변하는 변광성을 말합니다.
폭발 변광성은 별이 폭발함에 따라 광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변광성인데 여기에서는 또 ‘신성’과 ‘초신성’으로 구분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나라의 천문학 연구를 대표하는 곳입니다. 본래 국립천문대에서 시작해 정부출연연구소가 되면서 우리나라엔 국립천문대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한국천문연구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이란 어떤 학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천문학은 우주를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근원적 의문이죠.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현재 어떠하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연구하는 게 천문학입니다. 그 과정에 우주를 이해하고, 우주에 우리와 다른 생명체가 있는지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천문학은 실험을 하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별을 만들어 본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해 그 동안 우주가 수행한 실험의 결과를 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문현상을 찾아서 우주를 알아가는 게 천문학의 본질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 대한 지식은 많이 접하면서 실제 주변에서 천문학자를 보기는 힘듭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천문학자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난 가을 천문학 학회 참석자가 420여명이었다고 합니다. 전체 회원 수는 1500명이 넘을 겁니다. 여기엔 대학원생이나 대학생도 포함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원 수만 포함하면 약 170여명 정도로 생각되는데, 우리나라 천문학자가 그 2배 정도로 보면 경제 규모면에서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정말 낮에 자고 밤에 일하나요? 아님 업무 분야마다 다른가요?
“천문학자 대부분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정상적인 근무를 합니다. 낮밤이 바뀌는 건 관측을 할 때인데요, 관측 시간을 얻는 것도 경쟁이어서 연간으로 치면 열흘 정도 밤 세는 정도입니다. 천문학자들의 생활 패턴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문학자들의 수익은 어떤가요? 이 부분을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합니다.
“다른 학문 연구소에 비해 많지 않지만 생활고를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천문학자들은 소속된 기관에서 받는 급여 외에도 강연이나 방송에도 출연하고 책도 내고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좀 더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면 더 좋겠죠”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연구하다 우주 속 모레 알 보다 작은 지구,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낀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지구가 전 우주적 관점에서는 티끌보다 작을 수 있겠지만 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은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낀 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우리 인간, 그리고 천문학자를 포함한 개개인들은 모래알 하나 하나 같은 존재라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보람된 점은 어떤 게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참 답하기 어려운데요, 천문학을 공부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과 결과 모두가 보람됩니다. 연구 논문이 게재승인 받았을 때, 개기일식 관측을 가서 이글거리는 홍염을 직접 봤을 때, 새로운 별과 행성 등을 찾아냈을 때 등등 지내고 보니 모두가 소중한 기억입니다.”
▲사람들이 우주 관련해 많이 궁금해 하는 게 ‘외계생명체’입니다. 이에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등 우주 관련 전문기관들에서도 외계생명체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외계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해 천문학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어떤가요?
“‘외계생명체는 없다’고 이야기 하는 천문학자는 없을 겁니다. 이제는 별 주변에 행성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더군다나 태양계처럼 여러 개가 존재하죠.
아직 지구와 100% 일치하는 행성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수학적인 계산(확률)으로만 봐도 별보다 많은 행성 속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없을 수는 없죠. 그 중에서 외계생명체가 확률적으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외계생명체를 만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웃 태양계)까지 가는데 현재의 기술로 수 만년 걸리고, 빛의 속도로 가도 4년 3개월이 걸리니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천문학과 우주과학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걸맞게 우리도 세계적 수준입니다. 세계 최고의 관측 장비와 관측데이터를 모두 다루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분야는 국가 간 장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구자가 어려움 없이 최고의 데이터와 장비를 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적 수준과 비교하는 자체가 별 의미 없습니다. 천문학과 우주과학 분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우주과학 분야는 제가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과거(조선시대) 우리나라도 천문학에 대한 수준이 높았다고 하던데요.
“국보로 지정돼 있는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하나만 봐도 세계 최고의 기록물입니다. 자체적으로 역을 관리했고, 시간을 관리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천문학이 발달했습니다. 천문학은 농업과도 관련이 깊은데 과거 우리나라는 농업사회였기 때문에 천문학도 같이 발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밤하늘을 궁금해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적 탐구정신도 천문학 발달에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과 천문학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가 우주과학과 천문학을 발전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 까요?
“과학자라고 하면 좀 고리타분하고,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연구자, 과학자, 교육자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고리타분하기만 하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가장 앞서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과학에 대한 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10년, 20년, 30년의 투자가 블랙홀도 촬영하고 중력파도 찾아냈으며, 외계행성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노벨상을 수상하는 큰 업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로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데 있어 그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줄어드는 연구비는 미래의 꿈을 꺾는 것입니다. 우주항공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 그로 인해 인류의 미래를 꿈꾸는 과학자의 순수한 연구 기회가 줄어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천문학은 그 자체로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8m급 광학망원경과 세계 최고의 알마(ALMA) 전파망원경 등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25m 망원경의 주인이 되고, 더 큰 30m, 39m 등의 망원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 천문학 분야는 굉장한 도약을 이루었고, 더 큰 도약의 시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도전해 볼 영역이므로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