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면서 출제·검토위원들도 38일 만에 감금 합숙 생활을 끝마쳤다. 이번 수능의 출제·검토위원들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검토위원 500여명,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는 230여명 등 총 730여명은 이날 수능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이 종료되면서 38일간의 합숙을 마치고 모처에 마련된 합숙소에서 나왔다.
평가원은 미리 확보한 현직 교수·교사 인력풀에서 무작위로 추첨·선발해 이번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임했다. 출제·검토위원들은 합숙 기간 동안 수능 본 문항과 함께 재난 상황 등으로 수능이 연기될 상황에 대비한 예비 문항도 출제했다.
출제·검토위원들은 수능이 치러지는 날까지 한 장소에 ‘감금’된다. 합숙 장소와 규모는 기밀에 부쳐진다. 외출과 휴대전화·블루투스 이어폰 등 통신기기 사용은 불가능하며, 인터넷 역시 출제·검토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만 보안·행정요원 입회 하에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특히 이번 수능부터는 정부가 발표한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되면서 출제·검토위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배제를 위해 이번 수능부터 처음으로 교사 25명으로 구성된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를 꾸렸다. 국어·영어·수학 각 3명, 사회와 과학탐구 각 8명씩으로, 평가원 외부에서 추천을 받았다. 출제점검위 위원이 되려면 고교 근무 10년 이상 경력자이면서 참고서 등 사설 문제집 발간에 참여한 적이 없고 자녀 중 수험생이 없는 자여야만 한다.
이들은 출제·검토위원과 함께 합숙하면서 킬러문항 여부를 판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한 교육부와 평가원은 합숙 전 '공정수능 자문위원회'를 운영해 킬러문항 없는 수능 출제를 위한 자문도 구했다.
정문성 수능출제위원장(경인교대 교수)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우리가 출제·검토를 한 문항을 출제점검위에 넘기면, 출제점검위는 소위 킬러문항 여부만을 체크했다”며 “출제점검위에서 킬러문항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오면 해당 내용을 100% 반영해 수정·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출제점검위에서 '킬러문항 없음'이라고 확인받은 다음에 출제를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합숙은 종료됐지만 출제·검토위원들의 압박감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킬러문항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출제본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추후 다른 입시기관이나 교육단체들의 분석에 따라 킬러문항 출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점결과가 발표되면 난이도가 적정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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