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8000억 달러(약 1040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는데,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시선과 미국과 금리 차에 따른 손실 대응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17일 재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은 미 재무부 통계를 인용해 9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7781억 달러(약 1011조 원)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약 273억 달러(3.4%) 감소한 수치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80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는 8054억 달러를 기록했던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2009년 5월에 기록했던 8015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을 이어간 것이다.
중국은 한때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 왔으며, 이미 작년 4월부터 1조 달러를 밑돌아 왔다. 올해 들어서는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전월대비 감소세를 유지했다. 앞서 작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7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한 뒤 3월 한 달 반짝 증가했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현재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일본으로 1조877억 달러(약 1410조 원)였으며 영국이 6689억 달러로 3위를 나타냈다. 두 국가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각각 285억 달러, 292억 달러 감소했으며, 이는 중국보다 많은 감소 폭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계속 줄이는 이유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를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시도나 수출통제 등에 맞서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채를 매도함으로써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금리는 오르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는 이유다.
일부 해외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 국채 매각을 외환시장 개입의 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는 중국 정부로서는 통화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 위안화를 매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 현지 매체들은 미국 국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약세를 보이면서, 이로 인한 손실을 방어하려는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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