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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무죄…'사건브로커' 전·현직 경찰 고위직서 전남지역 단체장까지 확대되나

함평군 단체 "관급공사 다수 수주"

현직 비위 의혹 사건 연관성 제기

"검·경 인맥을 동원해 힘을 썼다"

A단체장·부인 '1심 무죄'도 의혹

20일 광주지검 앞에서 함평군수 파면 투쟁본부 측이 ‘사건 브로커’ 사건과 지자체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직 경찰 고위직을 겨눈 검찰의 ‘사건 브로커’ 수사가 전남지역 정가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전남 지역 자치단체장이 잇따라 무죄를 받거나 불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그 대가로 공공기관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북부경찰서에서 검찰 관계자가 간부급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죽음 까지 내몬 인사 로비 의혹

일명 '사건브로커' 수사는 검찰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 용의자에 대한 '수사 무마' 첩보를 입수하면서다.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탁모(44)씨는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의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18억 5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줬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탁씨가 그동안 성씨와 대화하고 통화했던 녹음파일을 검찰에 넘기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 8월 사건 브로커 성씨 등 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이 코인 사기 용의자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고 검·경 관계자를 대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사건브로커' 성씨와 관련된 피의자는 이미 입건된 전·현직 경찰간부, 검찰 수사관 등 5명을 포함하면 15명 안팎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사청탁 관련 의혹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재규(61) 전 전남경찰청장은 검찰에 출석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 15일 경기지역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숨진 김 전 청장에 대해 소환 통보 등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김 전 청장을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법 무마 시키고 대가는 관급자재

검찰은 브로커 성씨가 경찰만이 아닌, 광주·전남 정·관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남 단체장은 모두 8명이다. 성씨는 이들에게 경찰 고위 간부와 같이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주면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일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파면 투쟁본부’는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함평군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비위 연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성씨 본인이나 직계 가족이 경영하는 여러 회사 중 한 곳이 함평군의 데크 관급 자재를 3차례에 걸쳐 1억9000여만 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부는 성씨와 사교모임 등에서 만난 건설사 대표가 수십억 대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도 해, 이 과정에 성씨의 관여가 있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은 함평 뿐만이 자신의 회사로 관급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수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검찰의 해당 부분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단체장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결국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A단체장 부인도 ‘당선 무효 유도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모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무죄를 받았다. 그러자 성씨는 주변에 “검·경 인맥을 동원해 힘을 썼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며 성씨의 영향력이 미쳤는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한편 사건 브로커 의혹은 성씨가 탁씨 등으로부터 수사기관 사건 청탁을 대가로 공범과 함께 18억 원을 받아 기소된 후 후속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성씨가 골프 접대 등으로 쌓은 검경 인맥을 활용해 수년간 수사·인사 청탁과 지자체 공사 수주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경찰 고위직과 검찰 수사관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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