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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살린다더니…전공의 정원 무차별 조정에 중소병원만 '곡소리'

비수도권 1년차 모집 정원 증원에

전공의 모집 앞둔 수련병원들 혼란

수도권선 이비인후과 '0명' 배정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을 기다려야 1년차 전공의(레지던트)가 딱 한 명 들어옵니다. 올 연말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지방에 정원을 내주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죠. ”

서울 소재 A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복지부 지침으로 전공의 모집 정원이 0명이 되면서 이비인후과에 지원하려던 인턴마저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다. 이대로라면 수련교육 명맥이 끊기고 말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4~5일 ‘2024년 전공의 전기 모집’을 앞두고 일선 수련병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내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배정되는 1년차 전공의 정원을 기존 60%에서 55%로 줄이고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40%에서 45%로 늘린 것이 발단이다. 당초 수도권 대 비수도권 비율을 기존 ‘6대4’에서 ‘5대5’로 일괄 조정할 방침이었지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자 전문과목 학회별로 조정을 거쳐 최근 확정 인원이 전국 수련병원에 통보됐다.



수도권에 비해 젊은 의사들에게 인기가 적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려 지방의대를 나온 인력에게 해당 지역에서 수련받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진료과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공의 비율을 일괄 조정해선 안 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경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는 ‘5대5’ 기준을 고수하는 대신 정책 정원이란 명목으로 추가 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수도권 수련병원 중 일부 진료과는 비수도권에 정원을 넘겨주고 정책 정원마저 받지 못하면서 전공의를 아예 뽑지 못할 처지가 됐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수도권에서 전공의 정원이 1명이었던 강동성심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보훈병원·상계백병원·원자력의학원 등 6곳이 감원 대상이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상계백병원은 이비인후과 수련교육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전년도에 전공의를 배정받지 못한 수련병원에 정원을 양보하는 학회 정책에 따라 지난해 전공의 1명을 포기했다. 2~4년차 전공의가 1명씩 이비인후과 수련을 받아왔는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2년 연속 공백이 생기게 돼 더욱 난감해 하고 있다.

비단 이비인후과만의 사정은 아니다. 전공의 모집 일정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조정된 인원을 받아든 수련병원들은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 행정”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이 신청한 전공의 정원과 지도전문의 수, 진료실적 등을 토대로 수도권 정원을 줄이고 이를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병원에 우선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애시당초 복지부의 평가 기준이 소위 ‘빅5’라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방 수련병원의 교육 환경 개선 없이 모집 정원만 늘려봤자 젊은 의사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 자칫 수도권 중소병원의 의료공백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의 사립대학병원 교수는 “수도권 중소병원은 지방 병원이나 다를 바 없는 처지다. 오히려 지방 국립대병원 인기과를 수도권 기피과보다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며 “아무도 지원하려 하지 않는 곳에 정원을 늘리느라 잘 운영되던 수련병원마저 망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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