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정기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줄줄이 무산된 것은 윤석열표 정책에는 어깃장을 놓고 문재인표 정책에는 방탄복을 입히려는 ‘야당의 몽니’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여야가 논의를 거듭해온 법안 대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그 책임을 정부 여당에 넘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해왔다. 정부 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노후 원전이라도 수명 연장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저장시설 규모를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량’으로 제시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설계수명 기준 발생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정부 사과’를 요구하며 경영계 혼란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유예 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 책임이 크다”며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통과가 불발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근거를 담았다. 야당이 해당 법안을 반대한 표면적 이유는 노동조합의 반발이지만 ‘윤석열표 법안’이라는 점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23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국회의장실에서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처리가 합의된다는 전제 하에 열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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