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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회초리는 사랑일까 폭력일까…삶의 '맥락' 살펴라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진=이미지투데이


한 인간의 완성은 ‘행동’으로 귀결된다. 인간의 마음은 행동을 촉발시키는 계제가 되지만, 그 자체로 세상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타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이 먼저 앞서나가야 한다. 동시에 행동에는 본성과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악행과 선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간은 왜 양면적인 행동을 하면서 살아갈까.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로 불리는 미국 출신 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가 인간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 신간을 발간했다. 부제인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이 설명하듯이 인간의 삶 속 무수한 행동들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했다.



104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에서 저자는 ‘맥락’이야말로 인간의 행동과 삶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윈의 진화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로 이후 또 하나의 혁신적인 잣대를 제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유전자는 필연적이지 않다”면서 “유전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을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특정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요약한다.

개인이 접하는 맥락에는 생물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요소들이 수반된다. 저자가 전공인 신경생물학부터 뇌과학, 사회생물학,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조사를 거듭한 끝에, 책의 집필에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이유다. 저자는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인류사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은 모두 인간들이 때때로 보이는 양면성 때문임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폭력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의 핵심 논점으로 꼽으면서 “행동이 공격 행동일수도, 사랑의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이 모호함이야말로 폭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부연한다.

책 속에는 정서 반응을 일으키는 변연계와 이마엽 겉질, 편도체의 의미와 신경계 속 감각의 세계까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거치는 생물학적 체계가 알기 쉽게 설명돼 있다. 개별적인 차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인간 사회에서 혐오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은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타자화를 통해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과의 공통 특징을 찾거나 무해한 이분법을 생각하고,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게 하는 등 이분법적 사고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벌인 ‘미라이 학살’에서 아군에 맞서 톰프슨 준위가 보인 용기처럼, 누군가의 선한 행동은 우리 또한 동일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작은 행동이 쌓여 만든 맥락은 큰 행동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연일 세간을 들썩이게 하는 ‘특별한 잔인함’에 맞서 ‘희소한 이타성’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5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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