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나치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은 말 그대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데 모든 역량을 다했다. 전시체제로의 변화는 말 그대로 많은 군수물자들이 전쟁터를 누비게 했으며, 지금도 기억되는 ‘존재’ 역시 등장하기도 했다.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의 브랜드 중 하나인 호르히(Horch) 브랜드에서도 군수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생산체계를 변경했고, 다양한 ‘군용 차량’ 및 관련 장비들을 생산해 ‘나치 독일’의 전장에 투입했다.
이러한 군용 차량 중 하나이자 사막의 여우, 롬멜(Rommel)과 함께 했던 차량 중 하나인 901은 어떤 차량일까?
전쟁터를 누빈 901
지금의 자동차들은 대부분의 ‘삶’을 깔끔히 다듬어진 아스팔트 위에서 보내게 된다. 일부 운전자의 선택, 혹은 주행 상황에 따라 다소 거친 노면을 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요한 무대는 이러한 포장된 도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다르다. 실제 수많은 폭격, 그리고 전투의 상처는 모든 터전을 초토화시키고 ‘자동차’에게 달릴 수 있는 길을 뺏는다. 그렇기에 전쟁터를 누비는 차량들은 모두 ‘오프로드’ 주행을 전제로 해 개발된다.
호르히의 901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901은 중형 크기의 오프로드 차량으로 개발되었으며 수송 차량의 성격을 강조한 타입 40의 경우에는 무척이나 ‘터프한 외관’으로 시선을 끌었다. 실제 철판을 덧대 ‘방호’ 능력을 더한 모습은 ‘군용 차량’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와 함께 전장을 지휘하는 장교들을 위한 ‘카브리올레’ 차량도 존재했다. 카브리올레 모델들은 kfz. 21으로 분류됐고, 일반적인 901보다 더욱 편안하고 쾌적한 시트, 그리고 소프트 톱 방식의 루프를 더해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투박한 901의 모습
앞서 설명한 것처럼 901은 ‘장교’들을 위한 차량으로 활용됐지만 그 기반에는 군용 차량이 존재한다. 때문에 실내 공간의 형태나 연출 등은 무척이나 투박하고 단순한 모습이다.
실제 철판을 덧대 만든 대시보드, 그리고 화려한 장식 없이 간결히 만들어진 클러스터 및 스티어링 휠, 그리고 각종 레버 등이 더해진 모습이다. 여기에 1열 시트 역시 얇은 쿠션을 적용해 말 그대로 ‘기능’에 집중한 모습이다.
카브리올레 사양은 2열의 경쟁력을 높였다. 1열 시트 대비 더욱 풍성한 쿠션을 더한 시트를 통해 장교의 탑승 상황에서 보다 쾌적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고, 추가적인 공가늘 마련해 ‘짐’을 적재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이러한 2열 구성 덕분에 롬멜 등을 비롯해 여러 장교들이 전쟁을 누빌 때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엉망이 된 길을 지나다 주행을 하지 못할 때에는 장교 마저도 차량을 밀어야 했다.
두 종류의 심장을 품은 901
901를 개발, 생산한 호르히는 두 개의 엔진을 마련해 상황에 맞춰 적용했다. 초기 일반 판매 사양에는 80마력을 내는 V8 3.5L 엔진이 탑재됐고 이는 전쟁 초기에도 사용됐다. 그러나 이후 90마력을 내는 3.8L 엔진을 새롭게 제작, 적용해 전장에서의 기동성을 더했다.
전쟁을 이어가며 더 많은 901을 요구한 나치 독일은 호르히에게 설계도 및 기술을 이전 받아 오펠의 공장에서도 901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오펠에서 제작한 901은 V8 3.8L 엔진이 아닌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생산했다.
또한 생산 물량을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차량의 구조’가 단순해지는 현상도 있었다. 실제 차량의 형태 및 구성이 꾸준히 변했고, 일부 기능이 삭제되는 등 다채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더 많은 공간’에 집중했다.
참고로 호르히는 나치 독일의 지시에 따라 901의 생산을 1943년에 중단했고, 생산을 중단했고, 그 자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L1500 S/A, 그리고 슈타이어의 1500 A 등이 대체하며 ‘나치 독일’의 주요 군용 차량의 계보를 이어갔다.
현재 901는 전쟁 관련 프라모델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관련된 디오라마를 즐겨 구성하는 마니아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