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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자본시장과 예보의 역할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존의 월스트리트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불신을 폭발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인 버니 메이도프의 폰지사기 사건이다. 그의 사기 행각은 38년이나 지속됐다. 그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내세우며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을 산 적은 없었고 투자 서류는 가짜였다. 650억 달러 상당의 사기에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수많은 명사들도 큰 손실을 봤다.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횡령·유용, 불완전판매와 같은 고질적인 불법행위는 역사 속에서 반복됐다. 2011년 미국 증권사인 MF글로벌은 유로존 국채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위기가 닥치자 고객 자금 7억 달러를 불법으로 사용했다. 동양증권은 2013년 계열사 부실채권을 수만 명의 개인들에게 판매해 약 1조 600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도 복잡한 금융상품을 잘 알지 못하는 개인들에게 약 5조 원의 피해를 안겨줬다.

필자가 올 9월에 방문한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는 증권 투자자가 파산한 증권사에 맡긴 돈과 주식 실물을 보호해주는 교과서 같은 기구다. 의장인 조지핀 왕은 지금도 메이도프증권의 사기 사건에 대한 피해자 보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SIPC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자자를 위해 일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에서는 이 외에도 국가가 증권시장에서의 위법행위자에게 징수한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직접 보상해주는 ‘페어 펀드(Fair Fund)’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SIPC와 유사한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을 설립해 운영한 역사가 있다. 1996년 설립됐다가 이듬해 외환위기 시 증권사들의 연속 파산으로 기금은 바닥이 났고 이후 이 기능은 통합예금보험기금을 설립해 흡수돼 현재는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증권사가 부실화되면 고객이 맡긴 예탁금을 보호한다. 증권사는 고객예탁금을 보호하기 위해 증권금융회사에 예탁금을 별도로 예치해둔다. 그런데 예탁금 전액이 별도 예치되는 것은 아니고 예치 방식도 전액 신탁 방식에 의한 것도 아니다. 증권사에서 예탁금 횡령 사고가 나거나 예치금의 운용 실패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예탁금의 별도 예치와 예금보험공사의 예보 제도는 서로 보완하며 유지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예탁금 외에 고객이 맡긴 주식 등 유가증권은 예금 보호 대상이 아니다. 예탁결제원에 별도로 예탁해두는 제도만 존재하므로 증권사의 횡령이나 사기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호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금보험공사 소회의실에는‘업흥민안(業興民安)’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하는 일이 흥하니 백성이 편안해진다는 뜻이다.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더라도 금융계약자가 편안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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