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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 입찰' 옛말…LH 알짜택지도 안팔린다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부지 유찰

4000억 넘는 일시납입조건 등 부담

공사비 급등·PF시장 위축도 한몫

전국 미매각 공동주택용지 91만㎡

영종도 조건 낮춰도 올 두차례 무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약 4000억 원 규모의 여의도 공동주택 부지 입찰이 유찰됐다. 입지 여건이 좋은 ‘알짜 땅’임에도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데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 등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시행사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LH가 파주운정·화성동탄·인천영종 등 수도권에 조성한 공공택지 역시 매각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LH에 따르면 당초 전날 낙찰자를 선정하기로 했던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에 위치한 8264㎡ 규모 부지는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LH는 올 10월 말 매각 공고를 내고 일반 경쟁을 통한 최고가 낙찰 방법으로 택지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당초 이 부지는 2020년 8·4 주택공급대책에 포함돼 LH가 300가구 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다 3년여가 지난 올해 시장에 나왔다. 여의도에서 공급되는 대규모 주택 용지는 2018년 매각된 옛 MBC부지 이후 처음이다.



LH는 감정평가액을 기반으로 4024억 5680만 원을 공급 예정 가격으로 제시했다. 평당 1억 6000만 원선으로 최저 입찰 참여 가격이다. LH 관계자는 “매각 대금 전액을 계약체결일(22일)까지 납부해야 하는 만큼 일정이 빠듯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께 자금 납부 일정 등을 조정해 재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토지비와 공사비 등을 생각하면 한강뷰가 보이는 하이엔드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선뜻 뛰어들기가 어려워졌다”며 “대규모 자금을 일시납해야 하는데 연말이라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은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택지 매각도 역시 여의치가 않다. LH에 따르면 1회 이상 입찰을 진행했지만 매각되지 못한 공동주택용지는 올 10월 말 기준 전국 28개 필지, 총 91만 3020㎡에 이른다. 수도권에만 △인천영종 △파주운정 △화성동탄 △남양주진접2 등 16개 택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지방은 △석문국가산단 △정읍첨단 △괴산미니복합타운 등이 미매각 상태다. 특히 지난해 처음 공고한 인천영종은 대금 납부 조건을 ‘3년 유이자 분할납부’ 방식에서 ‘18개월 거치 5년 무이자 분할납부’로 완화하고 신청 예약금도 3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등 매각 조건을 완화했음에도 올해 두 차례나 유찰됐다.

원래 공공택지는 민간택지 대비 가격이 낮아 시행사들에 인기가 높았다. 당첨만 되면 수백억 원의 사업 이익을 낼 수 있어 자사 계열사들을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벌떼입찰’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 시장이 경색돼 택지 매입을 위한 비용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진 데다 막상 분양을 받아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특히 내년 총선 이후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 당분간 신규 사업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기준 1만 224가구로 2021년 2월 이후 약 3년 만에 1만 가구를 다시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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