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전 정부의 마오리어 지원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은 정부 세금으로 마오리어 개인 교습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현지 매체 스터프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럭슨 총리가 야당 대표 시절 정부 지원금으로 마오리어 개인 교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당시 야당 지도자이자 잠재적 총리로서 마오리어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의 역할과 매우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뉴질랜드 언론과 야당은 럭슨 총리가 자신의 정책적 가치와 상반되는 일을 했다며 비판했다.
전 정부인 뉴질랜드 노동당은 교통 표지판에 원주민 언어인 마오리어를 표기하는 등 각종 마오리어 진흥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 야당 대표이던 럭슨 총리는 표지판에 영어만 써야 한다며 공용화에 반대했다.
또 럭슨 총리는 취임 후 마오리어를 배우려는 사람은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마오리어 교육 지원 정책이나, 마오리어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하는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언어 수당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마오리당의 대표 라위리 와이티 의원이 마오리어로 대정부 질문을 하자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야당 노동당 대표인 크리스 힙킨스 전 총리는 "럭슨 총리가 마오리어를 배운 것은 칭찬받아야 하지만, 자신이 받았던 지원금을 없애 다른 사람에게 같은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것은 위선"이라며 "마치 자신은 보조금을 받아 새 테슬라 전기차를 산 뒤 보조금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오리어는 국보이며 모든 뉴질랜드인이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납세자 연맹(TPU)은 럭슨 총리가 재정 낭비를 지적한 것은 옳은 일이라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것을 기꺼이 실천해야 하며 지적받았으니 (수업료는)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한 럭슨 총리는 해양 유전 탐사 금지나 초강력 금연법 등 전 정부의 정책들을 뒤집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마오리어 공용 사용이나 마오리족을 위한 보건국 운영 등을 철회하고, 영국 왕실과 마오리족 간에 체결했던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의 법적 해석을 재평가하겠다고 하는 등 반 마오리 정책을 예고하면서 마오리족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