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시청 인근 도로. ‘서울시 땅꺼짐 탐사대’라는 문구가 적힌 장비가 시속 4~5㎞로 보행로를 달리고 있었다. 유산균 음료 판매원이 타고 다니는 카트 모형의 장비에 탑재된 모니터에는 지하 공동(空洞, 땅속 빈 공간) 발생 여부를 알려주는 디지털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소형 버스를 개조해 만든 도로용 공동 탐지 차량은 시청 삼거리에서 출발해 청계천로와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탐지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왔다. 버스 외부에 설치된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가 지하 심도 2m까지 탐색하자 버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지하의 종단면, 횡단면, 평면 이미지가 나왔다. 차량에 탑승한 전문가는 노면 영상과 GPS 영상을 연동해 이상 신호를 분석, 공동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다.
이상 신호를 인지한 전문가가 공동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시는 즉시 천공(구멍을 뚫음)을 진행한 뒤 내시경을 투입해 지하의 상황을 파악한다. 공동의 규모가 크다면 굴착을 한다. 이후 채움재를 주입한 뒤 천공홀을 메우면 공동 복구 절차가 완료된다. 해당 과정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일이 소요된다.
이날 서울시는 땅꺼짐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을 전문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차량들을 공개했다. 차량의 종류는 총 3가지며, 한 대 당 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지난 2014년부터 도입된 ‘일반도로용 GPR 차량’은 이미 10년간 서울과 부산을 2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1만8280㎞에 대해 전수조사를 마쳤다. 올해 8월부터는 ‘이면도로용 GPR차량’과 ‘보도용 GPR 차량’을 추가로 도입해 좁은 골목길이나 보행자용 도로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공동은 빗물 유입으로 인한 토사 유실, 노후 상하수도관 파손으로 인한 지반 약화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며, 땅꺼짐의 주된 원인이 된다. 10년간 서울시에서 발견된 공동은 총 6394개에 달하며, 올해도 이미 22건의 공동이 발견된 바 있다.
향후 시는 해빙기와 우기를 전후해 지하공동 특별점검을 10배 늘릴 방침이다. 올해 500㎞였던 점검 범위를 오는 2024년에 500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차량형 GPR 조사장비 2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레이더 탐사 전문인력 또한 3명에서 6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재난안전관리실장은 “땅속의 빈 공간 공동은 지반침하를 유발하는 위험요인으로, 신속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활용한 지하 공동 조사 등 사전 예방 활동을 더욱 강화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서울의 도로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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