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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간 동네 지킨 약국에 추모 쪽지 한가득…무슨 사연이길래

“좋은 사람이 살다간 자리는 따뜻한 것 같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오랫동안 동네 한 켠을 지켰던 약국 약사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생전 고인이 운영했던 약국 앞에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친절한 약사의 사연을 올렸다.

키크니에 따르면 약사 A씨는 아내와 함께 1985년에 약국을 개업해 39년 동안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했다. 아침 일찍 약국 문을 열어 사람들의 출근길을 배웅하고 늦게까지 어두운 골목을 밝혀주던 이 약국은 동네 사람들의 쉼터이자 치유 공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을 닫는 일이 늘어났고, 한 달 넘게 닫혀있던 약국에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닫습니다’라는 공지에 이어 부고 안내문이 붙었다.

이후 부고 안내문 옆에는 손님들이 작성한 메모가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동네생활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A씨를 추모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고인의 딸 B씨에 따르면 작년 어느 날 어머니가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 정면충돌 사고를 당해 폐기능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으며 제대로 된 사과 없이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못 주니 복역하게 되면 군대 간 셈 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 기뻤다던 B씨의 행복한 순간도 잠시였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폐동맥 혈전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B씨는 “칠순 생일을 3일 남겨두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로 아빠를 떠나보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 주실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직도 모든 게 꿈만 같다. 금방이라도 항상 계시던 그곳에서 웃어주실 것만 같다”라며 “아직 몸이 많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못하는 동생 때문에 씩씩하게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제보자, 키크니님께도 아버지를 대신해 정말 감사드린다”며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을 통해 해당 약국의 단골이라고 밝힌 C씨는 “어렸을 때부터 단골 약국이었기에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했다”면서 “주민들 몸 돌보시느라 본인 몸은 살피지 못하셨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참 먹먹한 사연이다. 그간 든든하게 동네를 지켜주신 약사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사람이 살다간 자리는 따뜻한 것 같다”, “현직 약사인데 참 따뜻한 사연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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