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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판매 연 1조라는데…대학로는 더 춥다

대형 연극·뮤지컬 관객 몰리지만

임대료 부담 큰 소극장은 운영난

극단도 저예산 단기 공연만 선봬

전문가 "문화특구 등 지원책 필요"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공연 티켓 거래액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인 '학전'이 폐관 위기를 겪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2일 인터파크트리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파크 공연·티켓 거래액은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전년(8459억 원)보다 18% 이상 늘어난 결과다. 호조를 이끈 것은 대형 연극·뮤지컬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별 티켓판매액 상위 공연 목록에는 ‘베토벤’ ‘물랑루즈!’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뮤지컬과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포함됐다.

하지만 공연계의 뿌리인 대학로의 불황은 되레 심해지고 있다. 소극장 ‘학전’의 폐관 위기가 대표적이다. 학전은 가수 김민기가 1991년 문을 연 후 윤도현·설경구·황정민 등 스타를 배출하고 자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4200회 이상 공연하는 등 대학로 공연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정난이 심화되고 김민기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오는 3월 폐관이 결정됐다. 이 같은 소식에 가수·배우들의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가 예정되는 등 여론이 일었고, 결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공간을 재정비하기로 하면서 학전은 가까스로 명맥을 잇게 됐다.

‘학전’은 위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대학로에는 운영난에 시달려 폐관하거나 이를 고민하는 소극장이 많다. 최대 200여 개에 달했던 대학로 소극장은 반토막나 현재 120~130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마저도 순수 예술 공연을 선보이던 소극장이 상업 프로덕션에 인수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한때 다양성의 기치를 내세운 대학로가 천편일률적인 공연을 보여줄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 상승이다. 서울시는 2004년 문화 공간 보호를 명목으로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선정했다. 그러나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은 임대인에게 돌아갔고 임대료는 높아지는 현상이 생겼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소극장이 대관료를 올리고, 영세한 극단들이 높아진 대관료로 단기 공연을 제작하는 악순환도 이어졌다. 제작비가 줄어드니 홍보에도 힘을 쏟지 못해 관객 발걸음도 자연히 끊어졌다. 극단이 대학로를 떠나는 ‘탈(脫)대학로’ 현상도 생겨났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때 쌓인 부채에 엔데믹 이후 대형 공연이 폭발적으로 제작되면서 소극장 수요도 줄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대학로의 주요 관객인 마니아층도 지갑을 닫고 있다. ‘N차 관람’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공적인 지원은 미미하다. 2022년 문체부가 발표한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 공연장의 연간 평균 수입은 2억 원으로 공공시설 평균 수입(24억 원)의 8.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대학로의 총 수입 중 자체 수입 비중은 89.9%를 기록했다. 공연장의 수입은 꼴찌인데, 이 중 대부분을 자체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국가 지원책이 필요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신영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임대인에게 혜택이 쏠린 '문화지구' 대신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학로를 ‘문화특구’로 지정하는 등 위기를 타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상황에서 대학로 대신 각 자치구가 소극장을 활성화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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