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 그룹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 한다. 수년 내 시장가치 20조 원 규모의 회사로 만든다는 목표다. 오리온 그룹은 레고켐바이오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될 전망이다.
김용주(사진)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16일 주주 서한을 통해 “오리온은 저희가 찾던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 라면서 “오리온 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레고켐바이오가 지난 18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신뢰와 힘을 모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줬다”라며 오리온 그룹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오리온 그룹이 레고켐바이오의 비전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중장기 성장전략인 ‘비전 2030’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매년 4~5개 이상의 후보물질 발굴과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부적으로는 시장가치 20조 원 규모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공유했다.
김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 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 원의 자금 외에 추가로 5000억 원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이 자금 조달을 이번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회사를 오리온그룹에 넘기는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4.74% 떨어진 5만 2200원으로 장을 마쳤고 오리온은 17.51% 폭락했다. 김 대표와 레고켐바이오를 공동 창업한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레고켐바이오 단독으로 5000억 원의 자금을 모으기는 힘들다. 오리온으로부터 독립 경영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레고켐바이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며 “레고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레고켐바이오의 경영체제는 지금과 달라지는 점이 없다”며 “대기업에 흡수되며 역할이 다소 축소된 다른 바이오텍들과는 다른 ‘윈-윈’의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오리온 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신약을 직접 개발할 방침이다. 상업화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글로벌 빅파마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레고켐바이오는 2006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8조 7000억 원에 달하는 13건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박 사장은 “1조 원으로 공격적인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진행려고 한다” 면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3상까지 직접 진행하면서 상업화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레고켐바이오의 오리온그룹 편입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대 주주만 변경되고 기존 경영권은 보장된다”며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딜로 향후 5년 동안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없이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레고켐의 기존 최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보다 기업 내 자금수혈을 안정적으로 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신약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